일상/세상살이

방선문음악회의 변질이 아쉽다

바다오리~ 2007. 5. 20. 21:03

지난 토요일 오후에 제주시 오등동 방선문 계곡에서 음악회가 열렸다

이름하여 "방선문 음악회"

 

이곳은 옛날 제주목사가 제주의 열가지 풍경을 말한 영주십경에서

봄날 바위틈에 어우러진 철쭉의 아름다움을 말한 "영구춘화"의 절경이다

또한 판소리 배비장전의 무대라고 한다

 

제주시내에서 가까운 계곡이고

계곡의 아름다움 또한 빼어나서

조선시대부터 제주목사가 봄날 풍류를 즐긴 장소이다

그래서 계곡 곳곳에는 자신의 이름을 새긴 바위들이 즐비하다

그리고 널찍한 계곡 앞마당에는 "방선문"이라고 새겨진 동굴아닌 동굴이 있다

그냥 앞뒤로 뻥 뚤린 동굴이다.

 

제주도 계곡은 비가 내리는 날이 아니면 항상 마른상태라

이곳에서 음악회가 열리기 시작했다

물이 없는 계곡이지만 동굴을 스피커 삼고

계곡 좌우 절벽이 반사판 역할을 하는 자연 그대로의 음악홀을 배경으로

 

성악을 전공한 현행복씨가 너무나 좋은 자연을 무대로 음악회를 열었다

그냥 개인이 하는 것이다 보니 조촐한 무대였지만

너무나 의미있고 세상에 단 하나뿐인 음악회라는 특색으로

 

조선시대 풍류를 느끼게 해주는 판소리 한가락부터

청아하게 울려 퍼지는 대금소리와

계곡 스피커의 우아함을 느끼게 해주는 성악가의 소리까지

초여름 계곡에서 세상만사를 모두 잊고 자연으로 돌아가게 해주는 한 순간

 

작년에 학교일 때문에 못가보고

올해는 시간이 있어 다녀왔다

하지만 이제 예전의 그 모습은 사라지고

그냥 그런 행사로 전락한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오라동주민자치위원회를 앞세운 공무원 개입의 행사

제주시장의 인사말 등 개막식

행사장 뒷편에 마련된 더덕구이 시식을 빙자한 막걸리판

사람들 많이 모으려고 계곡위 소나무밭에 마련한 널찍한 행사장

공연 레파토리의 특색없는 구성등

 

원래 이 행사를 기획한 동굴소리연구소는 이제 사라지고

오라동이 접수한 느낌

 

행사 팜플렛에 쓰여진 "뉴제주운동"

<<오라동지역 실천과제 - 영구춘화 재현 및 방선문 명소 만들기>>

 

팜플렛 그럴듯하게 만들고

행사장 요란스럽게 만들면 그것이 명소가 된다고 생각하는 공무원들의 축제행정

참으로 한심스럽다

 

왜 방선문 음악회를 사람들이 기억하고

그것을 즐길려고 하는지 그것은 알아보지 않고

주변에 돌깔고, 소나무 밀어버리고 행사장 만들기에 급급하고

음악회는 다른 행사장과 마찬가지로

인공 음향을 통한 스피터로 왕왕 울린다고 좋은지

 

그나마 합창 공연때에는 마이크를 사전에 준비하지도 못하면서

성인과 어린이 합창을 연이어 하다보니 음향이 완전 부조화를 이루어

어린이 합창은 음치같은 불협화음만 내다가 말았다

 

내년에는 다시 방선문 본래의 음악회 취지를 살렸으면 한다

원래 기획자인 현행복님의 기획으로

동굴이라는 자연 조건을 음향도구로 한 생음악

계곡에 울려퍼지는 공명을 즐기는 여유

이것이 방선문 음악회인데 이것이 다시 돌아 왔으면 한다

2004년도 음악회 당시 현장에서 판매한 책자(경비마련위한)

현행복씨의 방선문 마애각들을 설명한 책

 

행사 팜플렛 - 복사한 종이를 한장씩 나눠주는 소박함

테너를 소개한 글과 대금 이생강씨의 사정으로 변경된 사유 등

 

 

2007년도 행사 팜플렛

음악회와 상관없어 보이는 뉴제주운동용 행사 팜플렛 같은 느낌

요즘 도지사의 중요 관심이 뉴제주운동이다 보니 모든것이 뉴제주운동 타령이다

이곳이 방선문 임을 명확히 해준 글자

이문을 들어서면 신선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전설이

 

방선문을 앞과 뒤에서 본 모습

지금 사람이 서있는 곳이 동굴내부(앞뒤가 트인 동굴)

동굴내부에 반주자들이 자리를 잡고

주인공은 동굴앞 바위에 걸터 앉아 노래부르는 음악회

동굴 앞 널찍한 공터에 사람들이 둘러앉아 조용히 음악을 즐기는 곳

음악을 듣는다기 보다 같이 하나가 되는 느낌

안전을 이유로 이번에 새로이 마련된 행사무대

원래 소나무숲을 이렇게

 

 

음악회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보리밭

보리 재배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정부 수매가가 너무 낮게 책정되어 농민들이 힘들어 한다

부처님 오신날을 앞둔 연등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