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세상살이

겨울을 보내면서 난이 꽃을 피우다

바다오리~ 2010. 1. 27. 14:29

사무실에서 키우는 난초

그냥 대량으로 키워서 선물용으로 나가는 꽃집의 난들

그런 대량생산 난 중에서도 제일 흔한 보세종류의 난들

별로 신경도 안쓰고

심심하면 물한번 주고

정말 방치에 가까운 대접이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잘 산다

그런데 갑자기 꽃대가 올라오고

꽃을 피우고 말았다

아마도 주인의 무심함에 정면으로 존재를 알리는 시위가 아닐까

참 대견스럽다

별로 신경 쓰지도 않았는데 씩식하게 자라서

한가지 흠이라면 향이 거의 나지 않는다

그래도 탐스럽게 여러송이가 한데 어우러져 보기가 좋다

그리고 미처 자라지 못한 마지막 한송이가 미래를 기약하고 있다

저놈은 언제 피려나, 궁금하다

 

지난해 여름에 사무실로 들어온 호접란

가을을 넘기면서 꽃이 다 떨어지고

그냥 생을 다한줄 알았는데

그래도 끝에 매달린 손톱보다 작은 꽃봉오리 두개 남아서

물주고, 햇살 쬐주고

정성을 들였더니

드디어 꽃을 피웠다

두개중 먼저 꽃봉오리를 키웠던 하나는 추운 날씨로 그만 객사하고

마지막 하나 남은 어린녀석이 드디어 꽃을 피웠다

무심하게 대한 옆자리 난이 꽃을 피우니까 자극을 받았나

혹시나 하는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아름다운 꽃으로 결실을 맺어주어 고맙다

이제 마지막 꽃이 지고나면 호접란은 운명을 다하겠지만

그래도 사진으로나마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