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형제 - 재밌게 보았다, 하지만

 

아바타 흥행돌풍을 누르고 상종가를 치는 한국영화 의형제

옛날에는 추석이나 설이되면 헐리우드영화 보기바빠 한국영화는 눈돌릴 틈이 없었는데

이제는 웬만한 헐리우드영화보다 한국영화가 재밌다

스크린쿼터제를 통해 한국영화를 보호하던 시절에 비하면

이제는 완전 전세가 역전된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실상은 오히려 헐리우드영화보다 더 무서운 자본에 의해 지배당하는 현실이 아닐까 싶다

 

영화는 크게 제작자와 배급자 그리고 연출로 구분된다

감독이나 배우, 작가가 속한 연출파트는 힘이 없다

실제 영화를 지배하는 사람은 영화관을 소유한 배급망이다

제조업에서 유통망이 모든 것을 좌우하듯이

영화는 배급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

그래서 옛날 지방도시에서 유지하면 극장소유주가 한자리를 차지했었다

대구에서 한일극장이 차지했던 정치경제적 위상처럼

하지만 이제는 대기업이 영화계에 진출하여 배급과 제작을 일원화해 버렸다

소위 기업문화에서 말하는 효율성이라는 측면을 강조하여

하지만 이는 영화판의 심각한 왜곡을 가져올 수 있는 위험한 행위가 아닌가 싶다

배급이라는 스크린을 확보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영화도 그냥 사라진다

특히 지금처럼 멀티플렉스를 통한 이윤 극대화시장에서 스크린은 그냥 스크린이 아니다

스크린이 곧 돈이다

 

지난 번 배우 조재현씨가 눈물을 흘리면서 기자회견을 한 적이 있다

사형을 집행하는 교도관을 다룬 영화 "집행자"가<<아마도 흥행성 문제가 아닐까?>>

스크린을 확보하지 못해 결국 교차상영이라는 어설픈 형태로 개봉한 것 때문에 눈물을 흘렸다

원래 교차상영은 스크린쿼터제하에서 극장주들이 한국영화 상영시간을 맞추기 위해

헐리우드영화 사이에 한국영화 아무거나 대충 끼워넣던 것이 원조가 아닐까?

이제는 cgv, 프리머스시네마, 롯데시네마가 대한민국 영화를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현실에서 제작단계에서부터 자본의 힘에 연계되지 않으면 배급을 확보하는 것은 더욱 힘들어진다

 

이런 관점에서 오늘 본 "의형제"는 제작과 배급이라는 영화구조에서 대단한 힘을 가진 영화가 아닌가 싶다

장훈감독이나 송강호, 강동원의 능력이 미미하다는 것은 아니다

배급의 힘도 "좋은 영화"라는 관객들의 입소문을 얻어야만 극대화되므로

의형제의 연출파트는 대단한 내공을 보여준 실력파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그들의 능력이 조금이라도 평가절하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

다만 영화를 보다보면 영화를 받치는 거대한 힘이 느껴진다

 

우선 시나리오를 보면 뭔가 어설픈 그렇고 그런 시나리오가 아닌가 싶다

시나리오에서 가장 좋은 소재인 선악구도

남북관계는 바로 그런 선악구도가 명확한 소재가 아닌가

그래서 뻔한 스토리로 전락해 버리고 말지 않았던가

오늘 혼자서 의형제를 보고 은진이와 은진이 엄마는 퍼시잭슨과번개도둑을 보았다

그래서 은진이 엄마가 영화가 어땠냐고 하길래 농담반 진담반으로 한마디 했었다

"배다른 형제가 있었는데, 둘이 서로 사랑하게 되었다, 그런데 부모가 알고는 이들을 갈라놓았다

그래서 그들은 사랑을 위해 힘을 합쳐 부모에 대항했다, 그리고 결혼했다"

 

1999년 강재규감독의 "쉬리"에서 한석규와 김윤진 그리고 최민식

2010년 장훈감독의 "의형제"에서 송강호와 강동원 그리고 그림자

로맨스가 의리로 바뀌었을 뿐 똑같은 구조가 아닌가

다만 송강호만 그때는 조연급 국정원요원에서 주인공 국정원요원으로 승진을 했다

쉬리의 경우 햇볕정책을 암시하는 시대적 정치색이 보였고

의형제는 지난 10년간 음지에서 진짜 음지로 내몰려 고초를 당했던 이들이

정권이 바뀌면서 양지로 컴백하는 역전용사를 재조명해주는 센스가 확 드러나는 역전의 드라마가 아닌가

바로 이점이 쉬리와 의형제의 흥행을 보장해주는 힘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나는 쉬리와 의형제를 시나리오적으로 보았을 때 별로 달갑지 않게 느낀다

예술은 배고품에서 나와야 하는데 이들 두영화에서는 배고품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기는 아주 잘 나왔다

1997년 한석규의 "넘버3"에서 어설픈 삼류 건달로 나오던 송강호

부하 세명 데리고 자취방에서 츄리닝입고 헝그리정신을 외치며 한방을 노리던 날건달로 데뷔했지만

이제는 한석규, 최민식이 그때의 송강호처럼 지고있다

설경구의 연기가 너무 자기중심적이라면 송강호는 지극히 상대적이다

그래서 보는 이들의 시선이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영화를 보는 동안 같이 얘기를 나누는 느낌이랄까

송강호, 김윤석의 매력이 이런 것이 아닐까

또 한사람 강동원

내면을 드러내지 않는 절제된 연기가 상당히 깔끔했다

우유부단한 햄릿이 아닌 전사의 마음으로 끝까지 자기를 지키려 고뇌하는 내면을

깔끔한 얼굴로 전우치에서와는 다른 또 다른 모습으로

쉬리에서 김윤진의 어슬픈 로맨스보다 강동원의 절제된 마음이 훨씬 와 닿는다

 

좋은영화는 단역이 돋보인다는 점에서 역시 깔끔했다

우선 "그림자" 북에서 내려온 고위급 암살총책

단호하고 쫙 깔리는 목소리가 아직도 귓전에서 메아리친다

교수를 암살하는 장면에서 사고난 차량에서 표적을 마지막까지 확인하는 매서운 눈

실제로 이런 인물이 있을것 같아 소름끼친다

몇장면 안되지만 정말 대단한 연기를 보여주신 전국환님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시크릿에서 반장으로 비중있는 역할을 맡았던 정인기님

의형제에서는 북한고위층으로 암살표적이 되는 딱 한장면 출연했다

머리에 총 한방 맞기위해 출연한 셈이다

한방을 위해 최선을 다한 모습

이외에도 많은 분들이 단역에 최선을 다했다

역시 연극에서 다져진 내공을 바탕으로 한장면이라도 주연처럼 멋지게 뽑아준 이들의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은 대단한 영화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영화는 연기가 시니리오를 살린 영화가 아닌가 싶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고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와 긴장을 준 좋은영화가 아닌가 싶다

재밌는 많은 대사들 중에서 송강호가 강동원에게 하던 의미심장한 이 말

요즘 시대를 잘 반영해 주는 것 같아 한동안 머리속을 계속 맴돌 것 같다

 

"자본주의는 남의 돈으로 내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