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영화보기

인 더 에어

바다오리~ 2010. 3. 13. 16:51

오랫만에 할리우드답지않은 할리우드 영화를 보았다

어렵게 본 영화이기도 하다

제주에서는 개봉관이 하나뿐이어서 인터넷으로 뒤져 찾았다

전국 대부분 스크린을 점령한 CGV, 롯데시네마, 프리머스

제주도 영화관도 이들이 장악하고 있지만

정작 이 영화는 이곳에서 개봉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토종브랜드라는 "씨너스제주"에서만 개봉이 되었다

언제 끝날지 모를, 별로 흥행이 기대되지 않는 내용같아

서둘러 토요일 아침에 영화관으로 갔다

지난 목요일 개봉이 된지라 아직 내려가지는 않을것이라는 확신으로

역시나 아직 내리지는 않았다

그런데 영화내용을 소개하는 팜플렛은 없었다

왜 이영화만 없냐고 물으니까 "아직 안 왔다"고 한다

팜플렛이 가구도 아니고, 차도 아닌 그냥 종이인데 필름올때 왜 안따라왔나

황당한 대답을 뒤로하고 영화관으로 올라갔다

제주시내 영화관 중 유일하게 제주시 구도심에 위치해서 그런지 관객이 별로없다

홀로 고군분투하는 중소기업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오늘 관객은 나를 포함해서 연인 1쌍, 나보다 나이많은 젊은 아주머니 1분, 청년과 아가씨 각1명해서 총 6명

상영관이 6관이어서 조조관객도 6명인가

많은 생각과 재미를 준 영화였던 것 같다

 

조지클루니는 언제봐도 멋있고

이제는 나이든 모습이 더욱 멋있다

극중에서 팔팔한 신참과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진짜처럼 보인다

다행히 이 영화는 극장에서 볼 수 있었지만

"크레이지하트"는 제주도에서는 아무도 상영을 하지않아 다른 사람을 통해 다운로드를 받아 보았다

얼마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영화들의 공통점이 삶에 대한 관조적인 자세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평소 할리우드가 추구하던 영화와는 차원이 다른 영화들이다

그런데 미국사람들이 이런 영화를 선호한다는 사실은 그들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지난 2007년부터 겪기 시작한 금융위기와 이라크, 아프칸 전쟁을 통해 피폐해진 감수성을 회복하고 싶은 것이 영화로 나타난 것이 아닐까

그리고 "인디에어"를 보면 그들도 이제는 금융위기의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해고의 현실에서 개인들이 극복의지를 갖고 위기를 잘 헤쳐나가는 것 같다

영화중에 나오는 해고를 당하게 된 사람들의 반응과

영화 말미에 이들을 다시 클로즈업해서 해고후 극복하는 과정을 다시 인터뷰하므로써

결국 인간적인 관계, 가족들이 위안이 되고 가족을 위해 열심히 극복했다고 하는 점을 강조한다

영화중에 내가 해고당하는 것 같은 섬뜩함이 내내 지배하기도 했지만

극복을 하고 다시 일터로 가는 모습을 통해 가슴을 누르던 섬뜩함이 사라졌다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한참이 지나 전화벨이 울리고

해고당한 사람이 자신의 기분을 담아 작곡한 노래를 감독에게 보내는 전화목소리

그리고 그 노래의 가사가 잔잔히 감동으로 영화를 마무리해준다

영화제목처럼 미국의 주요도시들을 하늘에서 보여주는 장면과

하늘위 구름을 헤치고 나가는 화면이 좋았다

 

이 영화는 한번보고 끝내기에는 다소 아쉽다

기회만 된다면 두세번 다시 보고싶다

  

 

산전수전 다겪은 백전노장과 쇠도 녹일기세로 팔팔한 신인이 만나 파트너로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재밌다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신참이 세상풍파를 다 겪은 사람들을 해고시킨다는 기막힌 현실을 콕 찔렀다

감독은 나탈리를 통해 미국 고용시장의 해고시스템을 풍자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인간과 인간으로 이루어진 고용환경을 시스템이라는 기계구조속에서 스위치하나로 on/OFF시키는 현실을

그에 반해 라이언은 야멸차지만 냉정하게 사람을 파악해서 극복의지를 불어 넣어준다

결국 효율성을 내세운 디지털사고와 인간적인 아날로그적 사고의 충돌은 디지털에 적응못한 인간들로 인해 잠시 유보된다

그러나 이는 영구적인 유보가 아니라 인간이 적응이 되면 당장 나올기세로 그저 잠시 대기하는 것이다

 

시카고 집에서 재회하는 순간 그 황당함, 라이언만큼 관객들도 정말 당황했다

둘사이를 통해 라이언이 인간적인 관계로 돌아오는 매개체가 될 줄 알았는데

정말 무서운 사람이다. 처음 만날때 라이언에게 자신을 소개했던 말"나는 너무나 플랙시블한 여자다"

정말 플랙시블하다. 멀쩡한 가정을 가진 사람이 총각이 동생결혼식에 가자고 할때 따라가는 심정을 보면

아마도 너무나 인간관계를 쿨하게 살아온 라이언에 대한 세상의 복수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동생이 결혼을 앞두고 미국각지를 돌아다니는 오빠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을 한다

가보지 못했지만 사진으로 간 것처럼. 못마땅하지만 그래도 동생의 부탁으로 출장길에 들고다니면서 찍는다

마음 한구석에는 인간적인 모습이 충분히 있는 따뜻한 사람이다

 

라이언의 동생과 예비신랑

결혼식을 몇시간 앞두고 결혼 못하겠다고 질질짜는 신랑

갑자기 이 사람을 보면서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자유분방하게 살아가는 미국사람들이 막상 결혼을 앞두고는 정말 많은 생각을 하고

막연한 두려움으로 결혼을 못하겠다는 모습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그런데 다른 영화에서도 종종 이런 모습이 나온다)

그러나 자세히 생각해보면 정말 이들이 삶을 진지하게 살아갈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느껴진다

돌이켜 보면 나는 결혼식을 앞두고 무슨 생각을 했었던가 되돌아보지만

이 사람처럼 진지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만약 내가 이런 상황이었다면 아마도 형님들이나 장인어른한테 엄청 혼나지 않았을까 싶다

영화이기는 하지만 라이언과 예비신랑은 서로 터놓고 대화를 통해 불안감을 극복하고 결혼을 하게된다

이런 점들이 우리와 다른 그들만의 경쟁력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