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영화보기

시 - 기대가 커서 실망도 크다

바다오리~ 2010. 7. 1. 23:37

                    <<포스터 사진과 "시"라는 글씨가 잘 어울린다>> 

 

이창동의 신작 - 시

영화관에서 직접 대면을 했다

배급이 안되어 제주에서는 볼 수가 없었는데

다행히 오늘 저녁에 상영관을 잡았다

(사)제주씨네아일랜드가 힘을 써서 씨너스제주에서 오늘부터 7일까지

일주일간 매일 저녁 7시30분 1일 1회 상영을 시작했다

퇴근을 하면서 서둘러 씨너스제주를 찾았다

 

이곳은 예전 아카데미극장 시절부터 에어컨이 신통치 않은 불편한 곳이었는데

지금도 여전히 여름이 불편한 극장이다

다만 좌석은 프리머스에 비해 훨씬 편하고 푹신하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스크린은 웬지 모르게 불편하고

앞줄에 잘못 앉았다가는 목디스크 걸린다

중간쯤위에 앉아야 스크린과 눈높이가 같아지는 불편한 곳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종종 흥행과 관계없이 작품성을 추구하는 영화를 제주에서는 유일하게 상영을 한다

지난번 "Up in the Air"도 이곳에서만 유일하게 상영을 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시를 상영할 것으로 기대를 하고 홈피를 자주 찾았으나 없었다

다행히 오늘 제주씨네아일랜드의 노력과 씨너스제주의 결단으로 편하게 영화를 볼 수있어 다시한번 감사를 드린다

오늘이 처음 시작이라 일부러 시간내서 갔다

주말에 갈 수도 있었지만

사람들을 위해 애쓴 분들의 노고에 보답하고자 첫날 자리를 채워주고 싶었다

이심전심 이었는지 62석의 영화관을 대략 30여명이 함께했었다

 

많은 기대를 하고 갔지만

돌아오는 발걸음은 무겁고 마음은 더욱 무거웠다

이창동만의 특유한 비꼬기가 너무 가슴을 파고들어 헤짚어 놓는다

때로는 불쾌하고

때로는 슬프고

결국은 유쾌하지 못한 마음으로 일어선다

힘든 세상

더욱 힘들게 한다

 

윤정희

영화를 보고싶은 첫번째 이유였다

나이 지긋한 노배우의 관록이 묻어나는 아름다움을 보고싶었다

그런데

보는내내 뭔가 불편하다

때로는 캐릭터의 부조화를 느끼기도 했다

같이 본 은진이 엄마는 아니라고 하는데 나는 자꾸 눈에 거슬린다

그래도 윤정희라는 노배우의 연기는 빛이 난다

 

그리고

독립영화같은 투박한 카메라 앵글

매끄럽지 못한 연결

중요한 순간 씹히는 오디오

제작비라는 현실적인 요인들 때문에 벌어진 일이겠지만

한편으로는 불편하다

 

궁금한 점

섬진강시인 김용택님이 시낭송 모임 저녁자리에 나오면서 동행한 후배시인

미자가 시에 관해 얘기할 때

이 사람 취중에 뼈있는 한마디 한다

"선배님이 그런 말을 했어요"

그 다음에 뭔가 다른말이 나올 것 같았는데

거기서 그걸로 끝이다

"시는 죽어도 싸다"라는 외침처럼 뭔가 세상의 껍데기를 향해 토악질을 할 것 같았는데

원래 없었는지

아니면 편집에서 빠졌는지

진짜 궁금하다

 

딸아이 키우는 아빠로서

세상이 무서워서 걱정이 앞선 영화였다

그래서 더욱 마음이 무거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