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된 사나이 - 무섭고 섬뜩하다
sk엔크린 무비플러스에 세번째로 당첨되어 영화를 보았다
마침 김명민이 출연한 영화가 개봉되어
은진엄마랑 의견일치를 보여 어제 저녁에 보았다
토요일 저녁 9시 영화라서 그런지 연인들이 많이 보이고
젊은 여성들끼리 관람객들도 눈에 띄는 등 반응이 좋은 것 같았다
사실 김명민의 연기력때문에 보러 간 영화였는데
나올 때는 김명민은 사라지고 엄기준이 머리속에 각인된 영화였다
은진엄마도 김명민의 이번 연기는 크게 흡인력을 못 느낀 것 같다고 한다
아마도 예상치 못한 엄기준의 연기력에 빨려들어 헤어나지 못한 결과가 아닐까싶다
아직도 엄기준의 싸늘한 미소가 무섭게 느껴진다
그리고 주조연을 제외한 출연진 모두의 탄탄한 연기력이 영화를 더욱 탄탄하게 받쳐준다
"용서는없다"에서 성지루가 보여준 혼자튀는 어설픈 형사역을
목소리와 얼굴이 너무나 다른 배우 이병준이 훌륭하게 반장역을 소화했다
연기자 못지않게 신인감독의 연출력이 상당히 돋보이는 탄탄한 영화고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종교적인 문제에 연관이 있을 줄 알았는데
살짝 간만 보고 지나치는 듯 해서 아쉬웠다
아마도 아직 신인 감독의 역량이 "밀양"에서 보여준 이창동의 대담성을 기대하기는 섣부르지만
이야기 전개가 중반까지 그런 느낌이어서 아쉬웠다
이번 영화는 감독에 관한 얘기가 먼저 나와야 할 것 같다
영화의 시작은 주인공이 예배를 보는 것으로 시작을 한다
그리고 주인공은 유괴범을 잡지 못하자 "원수를 사랑하고, 기도하라"고 외치면서
스스로 옷을 벗고 제단을 떠난다
목회자에서 세속적인 인간으로 스스로 내려온다
그리고 나중에 주차장에서 범인과 부딪힌다
이 두장면을 가지고 내가 유추한 내용은 감독의 내용과 달랐다
나는 범인이 교회의 신자였고, 목회자로서 신자에게 신앙심을 져버리게 하는 말한마디 - 올드보이에서 송강호가 고교시절 내뱉은 말한마디처럼 -
이로인해 상처받은 영혼이 목회자에게 인간으로서 고뇌를 안겨주는 내용이 아닐까 생각했다
"세븐"에서 법의 수호자인 형사 브레드피트에게 자기를 죽여 스스로 인간임을 부정하지 말라는 범인에게
자기아내를 죽인 분노를 참지 못하고 결국 방아쇠를 당겨 스스로 파멸하듯이
목회자와 가장으로서 살아가는 종교인의 이중성을 파헤치고 파괴되는 과정을 유괴로 풀어가지 않나 싶었다
그러나 정작 영화는 소리에 미친 범인이 돈을 벌기위한 수단으로 유괴를 선택하고
자신의 일터인 교회를 통해 유괴대상을 물색하는 장소로 선택되었을 뿐이다
감독은 주영수목사가 파괴되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하지만
관객이 그것을 느끼기에는 주영수의 성장과정이나 목회자가 되는 과정등에 관한 계기가 전달되지않아
왜 이사람이 외롭고 고독한 인물인지 잘 모르겠다
우민호감독에게 교회는 아직까지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그런 영역인 모양이다
영화 "세븐"에서 죽으면서 어서 죽이라고 세상을 비웃는 범인과 그런 범인을 향해 방아쇠를 당길 수 밖에없는 형사의 눈물처럼
아마도 다음에는 좀더 인간내면의 본성에 도전하는 작품을 들고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한다
신인감독의 첫 장편영화치고는 대단히 수준높은 영화가 아닌가 생각된다
연기자의 문제에서 보면
우선 김명민의 연기는 "무방비도시"에서 보여준 모정을 끊어버리는 비정한 연기를 이미 봤기에 평범해보인다
워낙 연기에 몰입하는 배우라, 이 작품 이전에 보여준 강한 연기로 인해 오히려 더욱 평범해 보이지않나 싶기도하다
그래도 역시 연기를 잘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번 영화는 김명민이 아니라 엄기준의 영화가 아닌가 싶다
추격자에서 보여준 하정우의 연기와는 전혀다른 섬뜩한 연기
TV예능프로그램 중 "생활의 달인"에 나오는 평범한 사람들의 표정을 지닌 무서운 사이코패스 살인마
정말 상상하기 싫은 그런 캐릭터를 정말 잘 표현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학교 가야지" 하면서 얼굴에 떠올리는 미소는 정말 악마의 모습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다
정말 소름끼치는 장면이다
드라마에서 보여준 찌질이 어설픈 연기와는 전혀 다른 모습에서 엄기준의 내공을 느낀다
엄기준 이럴 줄 몰랐다 - 정말 대단하다 -
그리고 주영수의 부인으로 나온 박주미의 연기도 정말 탄탄하고 실제적이었다
아이를 잃은 부모의 심정을 리얼하게 표현한 것 같다
"구타유발자"에서 바람둥이 음대교수로 나온 이병준의 형사반장 연기
얼렁뚱땅 넘어가면서도 예리하게 파고드는 노련미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오랫만에 오광록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좋은 영화의 특징은 주연과 조연, 단역까지 어느 누구하나 가릴 것 없이 주연처럼 연기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출연한 모든 연기자들이 치열하게 연기속에서 살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는 유괴의 원인을 제공한 "소리"
소리에 미친 범인 덕분에
영화 전반에 흐르는 소리에 상당히 신경을 쓴 것 같아 좋다
특히 교통사고 장면은 정말 내가 사고를 당하는 것처럼 충격이 몸으로 와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