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세상살이

도종환 시인 특강

바다오리~ 2010. 8. 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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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서귀포시를 위한 꿈꾸는 섬

서귀포시민대학 과정중 문화분야로 특화한 강좌를 오늘 진행했다

그 첫번재 강사로 도종환시인을 모시고 "시가 가르쳐 주는 아름다운 지혜"라는 주제로

시인의 얘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도종환님의 시에 대한 생각과

시를 쓴 배경설명을 통해 그의 시를 감상하는 뜻깊은 시간이었고

무엇보다도 "시노래"라는 새로운 분야를 알게되었다

시에 곡을 붙여 아름다운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

낭송하는 시 보다 더 깊은 감동을 준다

노래가 끝나도 그 여운이 상당히 오래간다

 

오늘 강의에 나온 세곡을 소개한다

곡을 쓰신분은 음반때문에 함부로 허락하지 말라고 하신다는데

음반을 구하기 힘들다고 하시면서 아예 홈페이지에 올려 사람들이 마음껏 다운받아 가라고 하신다

아름다운 것을 많은사람들이 공유하도록 배려하는 마음이 고맙다

노래를 부른 이는 광주에 사시는 이미랑님이고 전업주부라고 하신다(흔들리며 피는 꽃, 저 가을 구름 바람 위로)

"담쟁이"는 송뭐라는 대학생이라는데 공항으로 오는 차안에서 이름을 듣고는 잊어버렸다

(적어야 하는데 운전중이라 너무 미안하다, 인터넷을 뒤져도 이름이 안 나온다)

 

 

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저 가을 구름 바람 위로

 

저 가을 구름 바람 위로 별 하나 뜨고
저 가을 구름 바람 위로 별 하나 잠드네
아픈 금 몇 개를 가슴에 긋고는
꿈처럼 흔적 없이 잠기는 세월
오늘밤 몸과 맘은 바람보다 가벼워져
저 가을 구름 바람 너머
홀로 떠난 당신을 만날 듯도 싶네
오늘밤 몸과 맘은 바람보다 가벼워져.
 
 
담쟁이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잎 하나는 담쟁이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강의를 듣는동안 얼만전에 본 이창동 감독의 "시"가 생각났다
미자가 마지막에 경찰에 손주를 고발하는 장면
마지막에 소녀가 투신한 강가로 가서 모자를 날려 보내는 장면
미자가 "선생님 시상은 언제 오냐요"라고 묻던 장면
결국 시인은 아름다움을 찾기위해 고뇌하고
그 고뇌의 끝은 양심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상은 양심을 통해 드러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미자는 소녀의 죽음과 부모에 대한 미안함으로 올바르지 못한 방법으로 합의금을 마련해 손주를 법의 심판으로 구하지만
결국 스스로 손주를 고발하는 양심을 택한 것이 아닐까 싶다
결국 시상이 언제 오냐던 미자의 외침은
우리가 지나쳐온 양심을 향한 감독의 외침이 아니었던가 싶다
영화를 볼때는 확실히 몰랐는데
오늘 도종환님의 시에 대한 강의를 들으면서
이창동감독이 왜 "시"로 작품을 만들었는지 이해가 된다
 
국어책에나 나오는 시로 여기지 말고
시를 자주 접하고 읽어야 하는 마음이 생긴다
도종환님은 시를 부여잡고 고통의 세월을 참고 견뎌내었다고 한다
고통과 절망의 눈믈을 흘리면서 쓴 시가 아니면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지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시인들의 고뇌가 담긴 시를
우리가 너무 소홀히 대하는 것 같다
시와 문학을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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