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제주도관광

나비박물관의 쓸쓸하지만 당당한 모습

바다오리~ 2008. 2. 10. 22:31

우리나라에는 사설박물관이 별로 없다

관에서 주도하는 건물만 큰 박물관이 아주 많다

예전에 일본 배낭여행 갔을때 본 사설박물관들

일본의 고대 유물의 도시 "나라"에서 본 사설박물관들

옛날 거리에 있는 작은 집들

걸어 다니기에도 불편할 정도로 작은 집에 마련된 박물관

일본의 수도 도쿄에서 본 사설박물관들

현대적인 수도의 이미지에 맞게 기업의 이미지가 가미된 현대식의 사설박물관들

 

교토, 오사카, 후쿠오카 등등 가는곳 마다 잇는 사설박물관들

이들의 공통점은 작다는 것이다

집이 크지도 않고. 내용물이 화려하지도 않다

교토에서 본 어느 문필가의 생가는 입구에 그림한장 걸려있었고

집안에 책상 하나가 전부였다

그리고 그 집에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사람 냄새가 나고, 현재와 호흡을 하는 살아있는 박물관

박물관은 주제에 맞게 여러가지 물건을 전시하는 곳이다

그것을 보고 사람들을 제각각 생각을 하고, 무엇을 느끼는 곳이다

우리나라는 전부 너무나 웅장하다

일단 건물이 크고 화려해야 하고, 전시물이 없어도 건물이 커야 한다

들어가면 휑한 느낌이 나도록

 

제주도에는 사설박물관들이 그리 많지 않다

기업적인 관점에서 대량소비의 관광객을 상대하는 큰 것들이 주를 이룬다

오늘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에 있는 "나비박물관"을 다녀왔다

예전에 신창중학교에 처음 만들었을때 보고 한번 가 보아야지 하다가 오늘 다녀왔다

우여곡절 끝에 지금은 용수리 용수초등학교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가는 길이 표시가 되어있지 않아

해안도로를 달리다 절부암 마을로 들어가서 몇번 돌고 돌아 목적지에 다다랐다

폐교가 된 학교 건물을 개조해서 박물관을 만들어 보기에 초라해 보였다

입구의 분위기와 불꺼진 내부 그리고 잘 안열리는 출입문들로 인해

문을 열고 있는지 닫았는지 분간이 안되었다

출입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 보아도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돌아 나오다 이왕 온김에 내부 사진이라도 한장 건지고 싶어

다시 돌아가서 문을 열고 입구에서 사진 한장 찍고 돌아나왔다

차로 돌아가는 와중에 백발의 할머니 한분이 황급히 나오셨다

다행히 할머님 안내로 박물관으로 들어갔다

우리가 들어서자 할머님은 전시실로 다니시면서 불을 켜고 오셨다

입장료를 지불하고 안으로 들어서니 제법 아늑한 공간이 펼쳐졌다

만원을 드리니 잔돈이 없어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면서 잔돈을 가져오라고 하신다

조금 있으니 중년 남자분이 한분 오셨다

성당에 갔다 오시는 길이라는 관장님이셨다

할머님은 관장님의 어머님이셨다

관장님이 오셔서 입장료 거스름돈을 받고 우리들에게 설명을 해주시기 시작했다

입구에서 부터 여러 전시실을 돌아보면서 자세히 설명을 해주셨다

재미있게 구경을 하고 난로가에서 박물관의 어려움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나비 박물관을 만들고자 서울에서 제주도로 와서 겪은 여러가지 어려움과 포부등을

예전 신창중학교에 처음 문을 열어다가 우여곡절을 겪고 이곳으로 옮겨왔다고 한다

아마도 오늘 하루종일 박물관 입장객은 우리가족이 전부 일거 같았다

입장료만 내고 나오기가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봄이 되면 운동장에 여러 종류의 나비들이 날아다니는 곳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봄이 되면 다시 들르겠노라고 하고 나왔다

우리집에서 키우는 사슴벌레 사육법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의문점을 해결한 좋은 시간이었다

 

생태체험 자연학습장이 될만한 곳이 그냥 방치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사설박물관의 한계는 재정이다

개인이 박물관을 운영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지방정부에서 관광지 개발을 같이하고 재정적인 측면에서 조금 도움을 준다면

유익한 공간이 될 수 있을텐데

제주경마장 앞에 있는 나비테마공원 푸시케보다는 이곳이 아이들에게 더 필요한 곳 같은데

참으로 아쉽다

다행히 관장님이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서 좋은 모습으로 발전시킨다고 하니

자주 들러 보아야 겠다

어수선한 마당, 봄날을 맞이해 이정표를 새로 단장하기 위한 모습들같다

혼자서 관장, 학예사, 시설관리 모든것을 하다보니 다소 어수룩하지만 그것이 매력이 아닐까

들어가는 입구에 마련된 작은 기념품 소품들

관장실이자 사무실이자 보존실인 곳

책상뒤에 보이는 책꽂이가 마음에 든다

아이들이 나비 표본을 체험하는 학습장

마루바닥을 들어내고 돌을 깔고 나무등걸을 바닥에 고정시킨 것이 아늑해 보인다

설명용 각종 곤충 표본들

복도에 길게 전시된 각종 나비 표본들

복도에는 우리나라 나비들이

방에는 외국의 각종 나비와 곤충 표본들이

표본들 사이로 곤충 애벌레도 있다

나비와 나방의 차이를 처음 알았다

그동안 나비와 나방의 차이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이런 차이가

 

 

푸시케 가면 이놈들 날개로 액자를 만들어 놓았다

그놈이 이놈이었다

우리나라 신라시대에는 비단벌레의 녹색등껍질로 말 안장의 일부분을 장식 했다고 한다

신라인들의 미적 감각과 기술이 대단하다

지금은 토종 비단벌레도 거의 멸종하고 기술도 완벽하게 복원하지 못했다고 한다 

용수리 가는길에 해안에 설치된 발전용 풍차

한치 말리기에 좋은 날씨, 고놈 참 먹음직 스럽다

 

돌아오는 길에 명월리에서 본 옛모습을 간직한 가게

사람은 없고 1995년에서 멈춰버린 달력만이 창가에 외로이

"삐삐" 참으로 오랬만에 들어보는 정겨운 소리

전국이 통화권인 광역삐삐가 대단한 부러움의 존재였었는데

불과 몇년만에 휴대폰이 휩쓸면서 순식간에 사라져간 아까운 놈

 

예전에 창문에 하던 인테리어 - 종이를 기하학적인 문양으로 만들어 붙인 장식

여러단이 겹친 유리창문

제주도 서부지역 마을 돌아다니다 보면 이런 집들이 종종 보인다

정겨운 옛날의 모습

용수리 김대건신부님 기념관에 있는 역사속의 한 장면 "황사영백서"

사본이지만 실물로 보았다

샤프도 없던 시절 깨알같은 붓글씨

A3보다 조금 큰 종이에 깨알같이 쓴 한자들

급박한 상황에서 어떻게 저런 힘이 나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