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영화보기

엔딩크레딧이 너무나 강렬한 로빈후드

바다오리~ 2010. 5. 30. 01:59

 

우리나라 사람들로 너무나 잘아는 로빈후드

아마도 요즘 아이들도 홍길동전은 잘 몰라도 로빈후드는 알 것 같은 이야기

차이는 무엇일까

그것은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는 컨텐츠의 양과 질적인 차이가 아닌가 싶다

영화 촬영장이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영화를 보는내내 아름다운 영국의 자연을 느끼게 된다

실제 그곳이 영국이 아니어도 사람들은 영국이라고 느낄 정도로 아름답다

마지막 전투장면은 특히나 아름답다

 

그러나 몇가지 짚고 넘어가자면

포스터에 나오는 내용중에 "스크린을 뒤덮는 화살폭우!"

중국영화 영웅이나 황후화를 보지않은 사람들은 이말에 동의할지 모르겠지만

영웅과 황후화를 본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정도를 스크린을 뒤덮는 화살폭우라고 한다면

영웅에서 조나라에 퍼붓는 화살과 마지막 자금성에서 퍼붓는 화살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하는 의문이 든다

로빈후드의 마지막 전투장면이 대단한 스케일이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화살폭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두번째로 프랑스와 영국사이에서 나쁜짓을 하는 고프리가 나오는 장면이 너무 티난다

고프리가 리처드왕을 암살하려고 매복한 장소, 이때는 프랑스의 숲이었다

그런데 동일한 장소가 이번에는 영국의 남부지방이 된다

프랑스군 선발대가 영국으로 들어와 고프리와 합류하는 장소로

제작비 때문에 여러 장소에서 촬영하지 못하는 점은 잘 안다

다만 동일장소에서 다른 장면을 촬영한다면 주변상황을 면밀히 따져서 겹치지 않게하는 세심함이 있어야 하는데

이 점이 매끄럽지 못했다

고프리가 리처드왕 일행을 죽이기 위해 나무를 쓰러뜨려 길을 막은 장면을 배경으로

다시 고프리가 프랑스군을 만나는 장면은 너무나 유사해서 쉽게 티가난다

 

그리고 세상 사람 누구나 뻔히 아는 내용과 이미 수많은 작품으로 알려진 스토리를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내기 위해 무던히 애쓴 감독을 고충을 이해한다

하지만 풀어나가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그래서 영화가 반쯤 진행이 되면서 우리가 아는 의적로빈후드에 관한 내용은 다루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왔다

역시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고

마지막 장면을 통해 존왕과 로빈후드의 대결을 속편으로 기대해야하는 압박을 받았다

할리우드의 상업적 능력은 탁월하지만 속편이 성공할 지는 글쎄다

 

러셀크로우

글래디에이터로 우리 가슴에 콱 도장을 찍은 강한 배우다

"내 이름은 막시무스 데시무스 마리우스. 북부군 총사령관이자 펠릭의 장군이었으며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충복이었다.

태워죽인 아들의 아버지이자, 능욕당한 아내의 남편이다. 반드시 복수하겠다. 살아서 안 되면 죽어서라도"

황제앞에서 초점없지만 이글거리는 눈으로, 조용하지만 분노에찬 강한 저음으로 강렬하게 나타난 배우

러셀크로우도 설경구랑 비슷한 스타일 같기도 하다

설경구가 "박하사탕"이나 "공공의적"에서 보여준 스타일처럼

러셀크로우도 역사적인 배역에서는 정말 강렬하다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에서 보여준 기자역할은 "용서는 없다"의 설경구처럼 느낌이 없다

하지만 역사적인 배경에서는 캐릭터가 살아서 움직인다

배우가 아무리 자기를 비우고 주어진 역할에 몰입해도 무의식속의 자신은 남아있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배우를 탓해서는 안된다

다만 자신이 소화하지 못할 배역에 집착하는 것은 별로 좋아보이지 않는다

하여간 설경구처럼 러셀크로우도 인간미가 묻어나서 좋아하게 되는 배우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이번 영화에서 러셀크로우 역할은 광고에 비해 별로 눈에띄지 않는다

 

오히려 존왕으로 나온 오스카아이삭과 고프리경으로 나온 마크스트롱이 훨씬 강하다

우유부단한 어리바리 폭군역할을 정말 잘 풀어낸 존왕

율브리너를 연상시키는 눈매와 머리스타일이 멋있는 고프리경이 영화의 숨은 재미가 아닌가 싶다

다만 고프리경의 마지막 장면은 너무 만화적으로 처리된 느낌이 들어 느낌이 확 깬다

로빈후드는 활을 잘 다루어야 한다는 포맷에 너무 집착해 저지른 패착이 아닌가 싶다

 

이제 마지막으로 이 영화의 백미는 엔딩크레딧이다

지금까지 본 영화중에서 나는 이 영화의 엔딩크레딧을 영화보다 더 높은 점수를 주고싶다

영화가 끝나면 뭔가를 기대하면서 엔딩크레딧을 기다린다

그러나 대부분의 엔딩크래딧은 그냥 그렇게 지나간다

애니메이션으로 처리한 엔딩크레딧은 대부분 강렬하게 머리속에 파고든다

 

오늘 본 로빈후드의 앤딩크레딧은 한 편의 영화를 다시 보는 것 같았다

2시간20분의 긴 시간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감독의 센스가 느껴진다

주요 장면을 유화로 그림 그리듯이 처리한 애니메이션

그림 그리는 것처럼 처리한 아이디어도 대단하고

정확한 색감으로 단순하게 표현한 압축력도 돋보인다

우리의 영화현실과 할리우드의 벽을 실감하게 한 엔딩크레딧이다

대부분 영화를 보고 나서는 영화를 위해 고생한 분들을 다시 한번 기리기위해

의무적으로 홀로 앉아 엔딩크레딧을 보는데

오늘은 의무가 아니라 너무나 황홀한 장면으로 인해 자리에 얼어붙어버렸다

엔딩크레딧만 따로 떼서 두고두고 보고 싶다

오늘도 엔딩크레딧이 오르기도 전에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마도 로빈후드는 엔딩크레딧을 보지 못했다면 영화를 봤다고 말하지 못할 것 같다

 

감독은 엔딩크레딧에 왜 이리 공을 들였을까

곰곰히 생각해보면

너무나 길게 늘어뜨려, 로빈후드의 등장기로 끝나버린 영화가 감독은 못내 아쉬웠을 것 같다

그래서 고기먹고 깔끔하게 냉면으로 입가심하는 심정으로

엔딩크레딧에 공을 들인 것이 아닌가 싶다

하여간 다분히 지루했던 영화가 엔딩크레딧 한방으로 해소가 되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살았다

 

엔딩크레딧 다시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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