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세상살이

까사 델 아구아 논쟁에 관해

바다오리~ 2012. 7. 23. 22:35

요즘 제주에서 은근히 뜨거운 논쟁거리가 하나 생겼다

새로운 도지사가 당선이 되면서

가장 큰 골칫거리 중 하나였던 컨벤션센터 앵커호텔 건이다

컨벤션센터가 개관이래 연일 적자를 기록하자

바뀌는 도지사는 저마다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다

마침내 지난 도정에서 호텔을 지어 해결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홍콩의 투자자를 유치해 공사를 시작했으나

투자자의 투자재원 문제와, 시행사인 금호건설의 워크아웃 등으로 공사가 중단되어

2012년 9월 세계자연보존연맹총회(WCC) 개최에 맞추어

개관할 당초 계획에 심각한 차질을 빚게되었다

결국 새로운 도정에서는 가장 시급한 해결을 위해 방법을 강구하다

도와 민간이 공동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논란을 벌이다

합의점을 찾아 다시 공사는 재개되었으나

결국 당초 목표인 WCC총회에 사용하는 것은 무리가 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엉뚱한 문제로 다시 논쟁의 중심에 놓였다

당초 투자회사는 호텔과 콘도를 같이 짓기로 하고

콘도 분양을 위한 모델하우스를 바닷가 언덕에 먼저 지었는데

그것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모델하우스는 가설건축물이므로 기간을 정해 사용하고

사용기간이 끝나면 다시 원상으로 복구하여야 하는데

호텔을 설계한 설계자가 멕시코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이고

그 분이 모델하우스도 같이 설계하여 더불어 유명세를 떨치게 되었다

특히 건축가는 2011년에 타개하여

거의 유작이나 다름없는 기념비적인 건축물로 인식이 되고

아시아에는 일본에 있는 개인주택과 더불어 2채 뿐이라고 한다

그리고 일본의 건축물은 개인 주택이라 일반 공개가 안되지만

모델하우스로 지은 "까사 델 아구아"는 갤러리로 활용하면 일반공개도 되어

상당히 좋은 관광 소재가 될 수 있으므로

계속 존치를 해야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행정기관은 법규정에 의해 강제철거를 하겠다고 하여

문화계에서는 문화가치를 말살하는 행정이라고 연일 비난을 하고

 

오늘부터는 그곳에서 조각작품 전시회를 열었다

공평갤러리가 주최하고 주한멕시코대사관, 한국미술협회, 한국조각가협회 후원으로

오는 8월 6일까지 전시회를 한다

"레고레타 그의 공간을 품다"라는 주제로

 

사실 이 모델하우스 개관당시부터 유명했다

사전예약에 의한 개방으로 사실 아무나 쉽게 가지는 못했고

결국 시간이 맞지 않아 보지 못했고

아이엄마는 다행히 그곳을 보았었다

그러다 공사중단으로 문을 닫고

오늘 전시회를 위해 개방이 된다고 하여

한달음에 달려 가 보았다

역시 루이스 칸의 건축물에서 느끼는 은은함이 묻어나와 좋았다

현관에서부터 풍겨오는 은은함

빛의 조화

특히나 물받침을 그냥 두지않고 내부에 턱을 만들고 길게 코를 내어

빗물이 은은하게 그리고 천천히 흐르도록 한 것이 정말 좋았다

그리고 조명등은 안으로 매립하거나

돌출이 되면 벽으로 감싸서 최대한 간접조명이 되도록 한 것 특히 좋았다

이타미 준이 비오토피아내 두손미술관 계단에 보여준 매립형 조명과 손잡이 처럼

간접조명의 은은함

여러가지 법적 문제로 수도와 전기공급이 중단되어 실제 보지못해 아쉽다

정신없이 구경하고 사진을 찍다보니 155장이나 된다

채광을 위해 천정을 투명 FRP로 마감하여 조명이 좋은 대신

전기 공급이 중단된 건물 내부를 찜통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래도 그냥 좋았다

 

그런데 밖으로 나가 물받침을 사진 찍다보니

왜 이 건물이 논쟁이 된 것인지 이해가 된다

그 순간 술이 확 깨는 기분이 되어 실망이 앞서기 시작했다

결국 이 건물은 그냥 모델하우스였던 것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우리가 흔히 보는 모델하우스

그러나 세계적인 건축가가 설계한 모델하우스

웬지 처음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놓인 대리석과

2층 바닥의 느낌이 뭔가 붕 뜬 느낌이 나길래 왜 그런가 했는데

역시나 모델하우스에서 느끼는 가설시공의 이격느낌이랄까

계단 대리석이 시멘트 마감을 했으면 뭔가 고정된 느낌이 날텐데 전혀 그런 느낌이 나질 않는다

물받침도 정상적인 시공이면 물이 흐른 자국은 받침을 따라서 뚝뚝 떨어져야 하는데

그냥 물받침 접합부가 만나는 벽면에서부터 그냥 주루룩 흔적이 생기고

건물의 모든 물받침이 동일하다

그리고 입구에서 본 우측 사무실 건물의 창은 튼튼한 가림막이 되어있는데

그것도 누수 흔적을 지우기 위한 페인트칠이 그냥 보이고

그것이 시멘트가 아닌 FRP같은 것으로 시공된게 바로 느껴진다

그래서 내부와 외부 벽면을 손으로 쳐보니 다들 퉁퉁 소리가 울린다

 

거친 벽면 질감과 원색에 가까운 강렬한 색으로 마음에 들었던 외관이

그 순간부터 느낌이 달라진다

 

건축물이 애초부터 시멘트로 지어졌다면

당연히 가설건축물로 신고가 안 되었을 것이고

그러면 지금의 논쟁도 없었겠지만

무슨 이유로 그리 만들고

지금와서 논쟁이 되는지 참 아쉽다

결국 공사중단 할 당시 문제가 된 투자자의 자금 동원력의 의문점이

지금 논쟁의 중심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미 투자자의 자금 동원력에 대한 문제는 공개가 되었고

그로인해 제주도가 나서서 시행사변경이라는 처방을 내렸고

새로 인수한 회사도 모델하우스 부분은 매각대상에서 제외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과연 그들이 레고레타의 작품이라는 것을 몰랐을까

그건 말이 안된다

2009년에 레고레타에 관한 기사가 중앙신문에도 나왔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유작이 될 건축물이 있다면 당연히 포함하지 않았을까

기업인수가 구멍가게 인수도 아닌데

그들이 건축물 하나하나 심도있게 가치산정해서 내린 결론에 포함되지 않았다면

당연히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결국 지금의 논쟁은 당초 투자자가

레고레타의 유명세를 걸고 조금이라도 투자금을 얻으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리고 그 중심에 애꿎은 예술가들이 있는 것 같은 인상이 들어 씁쓸하다

그리고 주한멕시코대사는 자국의 홍보를 위해 그리 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신중한 결정이 아쉬워 보인다

현재 공사가 진행중인 앵커호텔 자체가 레고레타의 마지막 유작으로 남을텐데

굳이 논쟁에 왜 휘말리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그래도 모델하우스이지만

실내 곳곳, 외관 하나하나 진짜 아름답다

외관과 실내의 강렬한 색 대비로 인해 멕시코의 열정이 느껴지고

그런 멕시코의 기운과 중문의 기운이 잘 만나는 듯 하여

정말 아름답다

특히 진입하는 길이 정말 마음에 들고

이 사람이 얼마나 제주를 이해하고 건축물을 설계하였는지를 알게된다

과연 우리나라 건축가들이 제주에서 이런 깊은 고민을 통해 작품을 낼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정말 제주를 이해한 제주의 건축물로 만든 작품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건축물로 들어가는 돌담으로 이루어진 계단

바로 제주에서 흔히 보이는 올레길이다

큰 길에서 집으로 이어지는 작은 골목길 - 제주올레

바로 그 제주올레를 계단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계단을 내려오면 건물을 탁 막은 돌담

건물 내부를 쉽게 보여주지 않으려는 은밀함을 제주돌담으로 막고

그 가운데를 뚫어 물이 흐르게 하였다

"까사 델 아구아"가 물의집이라는 스페인 말이라고 한다

바로 그 물의 근원이 집이 시작되는 곳이다

안과 밖이 공간으로 단절되면서

물로 다시 하나가 되는 듯한 인상

돌담을 돌아서 조용히 현관으로 들어서면

골뱅이같은 곡선의 현관 채광창 등

정말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지금이라도 다시 제대로 지었으면 좋겠다

 

 

 

 

 

 

 

 

 

 

사무실 모형에 보면 까사 델 아구아 자리는 오른쪽 끝인데, 파고라 같은 사각형 정자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