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영화보기

남쪽으로 튀어 - 원작과 다른 해석

바다오리~ 2013. 2. 8. 23:51

난생 처음 개봉전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보았다

애 엄마의 활동능력 덕분에 시사회 참가표를 구했다

지난 1월 26일 제주시 롯데시네마에서

임순례감독과 오연수, 한예리가 참석한 시사회

오연수씨는 일정상 시사회전 무대인사만 하고

임순례감독과 한예리씨는 시사회후 대화의 시간까지 함께했다

 

대화의 시간 첫 질문은 맨앞에 앉았던 내가 하고

중간에 애 엄마도 질문을 하고

많은 사람들이 궁금증을 털어내기 위해 질문을 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에 원작소설책을 질문자 중 6명에게 선물로 주었다

우리는 안타깝게도 대상이 되지 못했지만

같이 간 분이 책을 받았고, 그 책을 우리에게 선물하였다

 

2주가 흐른 뒤 이제서야 영화평을 쓰는 이유는

마침 원작소설을 손에 넣은지라

원작을 읽어보고 판단하기 위해서였다

좀더 깊게 말하면

영화가 처음 기대와 너무 다르게 흘러 혼란스러웠고

과연 원작에서는 어떻게 다루었는지 보고 판단하기 위해서였다

 

이 시대의 갑, 최해갑 가족이 온다!
못 마땅한 건 안하고, 할 말은 하며 살고 싶은 최해갑(김윤석)과 가족들.

너무 애쓰지 않아도, 남들과 달라도 잘 살수 있다고 믿는 그들은 행복을 찾아 남쪽 섬으로 떠난다.

그러나 평화로운 생활도 잠시, 섬을 뒤흔드는 뜻밖의 사건에 부딪히게 되는데...

 

위의 글은 영화소개에 나오는 줄거리이다

나는 원작이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이 줄거리만 보고

소위 말하는 우리사회의 강자 "갑"

개콘에서 풍자하는 갑이 누구야처럼, 그 갑인줄 알고

이들이 결국 남쪽으로 떠나는 구나하는 유쾌한 기분으로 간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완전 다르다

줄거리 누가 쓴 건지 모르지만 이거 영 아니다

 

다른책 읽느라 시간없어 미루다

요며칠 퇴근후 밤새워 다 읽었다

소설이라 한번 손에 잡으니 놓기가 싫어 결국 새벽3시에 자기를 이틀만에....

 

영화가 무조건 원작을 100% 수용할 수는 없다

감독도 대화의 시간에 그렇게 말했다

2시간안에 책 2권을 다 풀수는 없는 것이므로

당연하다

100% 원작 그대로의 영화는 의미가 없다 그건 소설이지

감독이 재해석하는 새로운 작품으로 태어나는 것이 영화라 생각한다

 

그러나 "남쪽으로 튀어"의 경우에는

원작에서 작가가 보여준 관점과

그것을 재해석한 영화의 관점이 너무 핀트가 어긋나는 감이 없잖아 있다

 

부모의 과거를 전혀 모르는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서서히 부모의 실체를 알게되고

부모의 모습과 사회의 모습에서 차이를 발견하고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를 고민하는

지극히 아이들 관점에서 풀어간 청소년 성장소설이라면

영화는 부모의 지나간 과거를 다시 현실에 투영하는

이념적인 흐름으로 흘러간다

너무 무겁게 흘러가는 방향이 못내 마음에 걸려서 그런지

영화는 내내 코믹으로 흐르지만

이념과 코믹을 섞은 이상한 분위기가 오히려 거추장스럽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오는 순간 이게,,,,글세

뭔가 영화가 매끄럽지가 않고, 독립영화같이 거칠다는 느낌이

 

 

원작에서 고향에서 올라온 후배는 아버지의 과거모습과 현재의 모습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그 연결고리에 아들을 투영시키기 위해 고향후배가 등장한다

아들은 그러한 행동으로 아버지의 실체를 어렴풋이 알고

지금까지 보아온 빈둥거리는 아버지와 다른 아버지의 모습

나는 누군가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된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뜬금없이 개발을 주도하는 국회의원에게 테러를 가하는 인물로 등장하고

이일을 계기로 온 가족이 고향인 남쪽으로 간다는 설정이 좀 앞뒤가.....

 

 

초등학교 6학년과 4학년의 남매

원작에서는 아버지와 엄마의 현재의 모습, 미래의 모습을 이들 남매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 같다

과거의 생각에 사로잡힌 부모의 원리주의적 극단 사고방식을

이들 남매는 적절히 주변을 돌아보고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부모도 이런 남내를 무조건 자신들이 추구한 원리주의적 시각에서 몰아세우지 않는다

학교도 국가가 국민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수단이라고 거부하지만

아이들이 편하게 여기고 가고싶어 한 섬에서의 학교생활은 막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이들의 모습이 별로 부각되지 않는다

소설과 달리 영화라는 공간에서는 배우가 연기를 통해 보여주어야 하는데

아이들이 깊은 내면의 모습을 연기하기는 힘들다는 현실적 고려도 있겠지만

못내 이 부분은 아쉽다

 

 

이들 가족의 큰 딸

그러나 혈연적으로 이들 가족 구성원 중에서 이질적인 존재이다

원작에서는 부모의 과거를 보여줄 열쇠이면서

아버지의 현재를 압박하는 브레이크같은 역할이랄까

그리고 자신의 현재 모습은 베일속으로 감추고

남매가 미로속을 헤맬때 나타나서 열쇠를 던져주는 그런 역할 정도

그러나 영화에서는 너무 앞서 나갔다

아역배우들이 못하는 것을 대신하는 그런 복합적인 면으로 그려진 것인지 모르겠으나

우리사회의 학력문제, 청년실업문제 등 너무 이념적으로 앞섰다

 

 

"주민등록증을 찢어라"

독립영화를 통해 우리사회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의도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결국 이러한 양념들이 영화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최해갑의 좌충우돌기"같은 영화로

 

 

영화 시작전 무대인사를 하는 모습 - 한예리, 오연수, 임순례감독

 

 

 

 

 

맨앞에 앉아서 영화를 보느라 목이 너무 아팠다

그러나 영화가 끝나고

대화의 시간이 되자

최고의 자리로 변했다

배우와 감독이 내 앞에 앉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