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세상살이

물이 가져다 준 공포감

바다오리~ 2011. 3. 15. 21:51

2011년 3월 11일 14시 46분

일본 혼슈 동북부지방 해안 지진에 따른 쓰나미 발생

상상 이상의 피해 발생

아직도 정확한 피해상황이 집계가 되지 않고있다

하루발리 사태가 진정되기를 빈다

 

1996년 강원도에서 100년만의 비피해를 직접 겪으면서

비가 공포로 느껴졌었다

그런데 이번 일본 동북부 지방을 덮친 쓰나미를 보면서

내가 겪은 비피해는 공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검은바닷물이 순식간에 도시를 덮치는 상황

어떻게 손쓸 방법 없이 말그대로 속수무책이다

나는 이 사진을 TV화면으로 보면서 두가지 공포를 느꼈다

첫번째는 시커먼 색깔의 공포

그리고 두번째는 엄청난 힘으로 달려드는 위력의 공포

어떻게 저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지 그 자체가 공포스럽다

 

어제 월요일 중앙일보에 이 사진과 설명이 실렸다

기사 설명에 따르면 쓰나미가 빠른 속도로 해저면과 갯벌을 휩쓸면서 육지로 밀려들기 때문에 검은 색을 띤다고 한다

빛이 없는 깊은 바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바다의 색깔이 아닐까

그래서 검은색 자체만으로도 공포를 불러 일으키지 않을까 싶다

 

 

오늘 보도된 또 다른 사진 한장

전통 일본식 목조주택 한채가 바다에 둥둥 떠다니는 풍경

잠시나마 공포를 벗어나

웬지 집안에 사람이 살아있을 것 같은 희망을 안겨준다

"벼랑위의 포뇨"에서처럼

금방이라도 누군가 창을 내다볼 듯한

 

나는 위 사진들을 보면서

그동안 일본 영화에서 보았던 몇몇 장면들이 떠오른다

"검은 물 밑에서"

사실 별로 공감이 가지 않는 영화였다

그런데 쓰나미의 현장을 생생하게 동영상으로 보면서

검은물과 공포가 하나의 단어가 되는지 이제야 알겠다

 

그리고 "벼랑위의 포뇨"에서 보여준

이승과 저승의 모호한 경계

죽었다 다시 살아난 듯한 판타지적 상황설정

결국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자연재해

그런 자연재해를 조상 대대로 겪으면서 그들의 뼛속까지 스며든 공포

그런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체념을 넘어서

저승의 세계와 이승의 세계를 하나의 상황으로 인식하고픈 열망이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로 표현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에서는 저런 상황이 감히 상상이 되지 않으므로

그들이 표현하는 정서를 우리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번 지진을 통해 일본사람들의 인내와 질서가 세계를 감동시키고 있다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부디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오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