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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충격고백]우리는 한라마라톤의 기쁨조였다

바다오리~ 2005. 5. 15. 18:11
감귤사랑 제1회 한라마라톤대회

본격적인 마라톤 계절에 제주도에서 개최되는 첫 대회 기대가 크다
무엇보다도 지난 춘천에서 무너진 몸을 회복하기에는 가장 최적기다
흥분과 기대로 경기장으로 달려갔다
몸도 풀고 격려도 하고, 사람구경도 하고

그런데 오늘 경기는 지난 평화축전 때 처럼 줄맞춰 뛰잔다
그것도 2시간 20분에 시간고정하고

아 갈등이다
오늘은 춘천이전으로 반듯이 몸을 회복해야 하는데
그래서 자신감 얻어 동아 가야되는디
김준하님 따라 앞으로 갔다
그러나 마그마님 안테나에 걸려 잡혀 왔다
마음속으로 10키로까지만 가고
그 후에는 혼란한 분위기를 틈타 빠져나가기로 생각했다

일단 뛰고보자는 심정으로 대열에 몸을 실었다
세째칸에
후미에서 출발했는데도 사람들이 많았다
제주런틀 힘! 함성도 지르고
파란오리님 말처럼 남자들이 수다도 떨면서

5키로 지점, 10키로 주자들 반환했다
뜨악!!!!!!
지금까지 우리옆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10키로 주자였다
우리는 꼴찌다
그것도 무데기로(그러니까 신문에 나지 "끝까지 완주")

우와 갑자기 허탈하다
그래도 우리는 실망하지 않고 열심히 달렸다
서서히 반환점을 돌고오는 주자들이 눈에 들어온다
힘 !!!!!
열심히 외쳐준다

오는사람 모두에게 목놓아 외쳤다
"힘!!!!"

지나가는 사람이 한마디 한다
"우와 부럽다" ---한번 같이 뛰보면 하나도 안 부러울낀데
뭐가 부러운지 원참!!! *^^*

황당하다
우리도 달리러 왔는데
맨뒤에서 반환점 돌고 오는 주자들한테
힘!
외쳐주고 있다
재밌기도 하면서 한편으로 슬프다(!)--나도 뛰고싶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다
서슬퍼런 마그마님의 시선에서 벗어날
아 지성이면 감천이라고라
기회가 왔다

옆에있던 제제님 울듯한 목소리로 말한다
"나 오늘 처음이라 2시간안에 들어가고 싶은데"
엥 이거 무슨 반가운 소리
"그래 그럼 지금이라도 가야지, 내가 페메 하께"
그리고 앞에가는 파도, 런폴님께
제제를 위해 이 한몸 희생하겠노라고
한마디 남기고 과감하게 뛰쳐 나갔다

아 해방감, 즐거움
"따뜻한 남쪽나라로 가고싶다"던 귀순자의 말이 실감난다
진짜 따뜻하다

기쁨도 잠시 낯익은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온다
"왜 나가는 거야" 안그래도 무서운 마그마님 인상이 장난아니다
우와 한 600미터 샛빠지게 달려온 모양이다
"저 제제 처음이라 페이스메이커 해줄라구요"
마그마님 아무소리 안하고 간다, 다행이다

열심히, 그라구 즐겁게 달렸다
쇳소리 내는 제제님 이끌고
2시간을 목표로 열심히 달렸다

중간에 제제 회장님실에 불려갔다 오느라 좀 늦었지만
무사히 완주했다
반환점 1시간 12분에 통과하고
골인은 2시간8분에 했다

끝까지 포기않고 따라준 제제 정말 고맙다
제제 힘!!!!

끝까지 눈 부릅뜨고 팀을 이끈 마그마님(지난주 100키로 완주)
그라고 제제와 저를 뺀(아니지 용맨, 김충의님도 빠졌지)
8인의 꼴찌용사들 힘!!!!!!!
(마그마, 칼바람, 따치, 파도, 런폴, 달리며노래하며, 올빼미,
우와 머리아프다 누군지 한분 생각안난다. 정말 지송합니다, 누군가요??????)

이제 어제의 함성도, 즐거움도, 아쉬움도 모두 뒤로하고
또 다른 내일을 위해 나가자

제주에서 설경구 서은덕입니다
런클 힘!!!!!
출처 : RUNNERS CLUB
글쓴이 : 설경구 원글보기
메모 : 2003년 11월17일 제1회 한라일보마라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