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활동/RUNNERS글모음

[스크랩] 회원 가입만 하고 얼굴도 한번 못내민 자입니다(설경구)

바다오리~ 2005. 5. 15. 18:21
안녕하세요 설경구(서은덕)입니다

회원 가입은 지난번에 해 두고 한참뒤에 나는 누구인가 쓰고
또 한참 후에 게시판에 글 한번 올려 봅니다
용서해 주십시요. 직장이 제주도라 주로 제주도에 있고 한달에 한번 정도 대구로 상륙합니다. 다음에는 꼭 토달에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이번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영남마라톤대회에 참가했었습니다.
사실 저도 뛰면서 배고파 죽는줄 알았습니다.
20KM 지점에서 길바닥에 떨어진 바나나 껍질이라도 먹고 싶을 지경이었습니다.
바나나 껍질은 왜그리 많은지 정말 눈에서 떠나가지 않더군요
다행히 '남산'인지 잘 기억은 나지 않는데 30KM지점 언저리에서 마을을 통과할때 동네 아주머니 두분이서 반달모양 과자빵을 나누어 주길래 그거 2개 먹고 기사회생 했습니다.
정말 고마운 분들이었습니다. 두고 두고 그분들은 잊지 못할겁니다.

그리고 21KM지점에서 탐님을 만났습니다.
얼굴도 모르고 한번 뵌적도 없었는데 등판에 붙어있는 "탐"을 보는 순간
정말 반가웠습니다.
슬슬 지쳐가려는 참에 잠시동안이나마 정말 힘이 쏟았습니다
그날 컨디션이 안좋아 고생을 하시던데 지금은 괜찮으신지 모르겠습니다.

이번이 처녀 출전이라 35km지점에서 나타난다는 "벽"때문에 겁을 먹고 천천히 달렸습니다. 그저 완주만이라도 할 수 있을까하는 심정으로 조심스레 달렸습니다.
하지만 30km 지점을 달릴때는 정말 속으로 많이 외쳤습니다.
(미친놈아 이 일을 왜 하냐)
그리고 다리도 내 다리가 아니었습니다. 어디 무쇠덩어리를 끌고 가는 그럼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의 35km지점을 통과하면서는 다리도 안아프고 그냥 달렸습니다.
약먹은것도 아닌데 정말 안아프더군요
결국은 생각지도 못했던 4시간17분에 완주를 했습니다.
완주하고 나니 정말 색다른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또다시 뛰려고 준비를 합니다.
울트라마라톤에 도전해보고 싶은 자만심으로..........

그러나 서서히 준비해야겠지요, 운전도 자신 붙으면 사고 나듯이
자만심을 버리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연습할 겁니다.


12월에는 꼭 대구 신천 토달에 참가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추운데 다들 몸 건강히 운동하십시요
출처 : RUNNERS CLUB
글쓴이 : 설경구 원글보기
메모 : 2003.01.17 1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