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지나고 봄이 오면
제주도에는 고사리때문에 많은 일이 생긴다
먼저 고사리 채취 시기에 내리는 비는 "고사리장마"라고 한다
한라산 중산간 일대에는 거의 한달 정도 비와 안개로 칙칙해진다
내리는 비처럼 고사리는 쑥쑥 자란다
한번 채취하고 지나간 자리에 비가 내리면 다시 고사리로 밭을 이룬다
다음으로 아침에 출근을 하다보면
중산간 일대 도로에는 고사리 채취하는 사람들 차량으로 교통사고의 위험도 생긴다
2차선의 좁은 도로변에 그냥 세워둔 차량으로 인해
차량들이 빠른 속도로 달리다간 큰 사고도 생길 수 있다
그래서 고사리 채취 시기에는 중산간 일대 도로를 달릴때는 속도를 줄이고
무조건 천천히 달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문제는 실종사건이다
제주도는 섬 전체가 낮은 구릉으로 이루어져 한라산만 뾰족하게 솟아난 형상이다
그러나 숲으로 들어가 보면 방향을 쉽게 잃어버린다
뚜렷한 지형지물이 없어 자기위치를 쉽게 알 수 없고
구릉지대에 들어가면 주변 지형전체를 볼 수 있는 높은 곳이 없어 위치를 파악하지 못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아 온통 가시덤불로 뒤덮여 더욱 길을 못찾는다
그래서 정신없이 고사리 채취하다 길을 잃고 헤매고 만다
젊은 사람들은 헤매다 나올 수 있지만
나이든 노인분들은 길을 잃고 헤매다 결국은 사고를 당한다
고사리 채취시기 소방당국이 제일 긴장한다
이런 위험 천만한 일을 왜 할까
나이든 노인네들과 아주머니들이 열심히 고사리를 채취한다
고사리는 지구상에 가장 오래된 식물 중 하나다
야생상태에서는 독이 있어 동물들이 먹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것을 먹는 방법을 체득했다
그리고 고사리는 제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다
유교 전통에 따라 제사를 중요시 하는 우리의 풍습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고사리는 굉장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환경의 변화와 공해로 인해 육지의 산간에서는 고사리가 많이 사라지고
청정 자연환경을 지닌 제주도에서 나오는 고사리는 최고의 대우를 받는다
그래서 제주도에서 고사리는 상당한 가치의 가외소득이 된다
그리고 제주도 사람들은 고사리를 일상에서도 많이 먹는다
육지에서는 거의 제사음식으로 가정에서 쓰이지만
제주도에서는 제사가 많기도 하지만 돼지고기를 먹을때 같이 먹는다
고사리를 말리지 않고 데친 상태에서 삶은 돼지고기나 구운고기에 얹어서 먹는다
산성인 고기를 알칼리인 고사리와 같이 먹음으로 인해 고기의 나쁜기운이 사라지게 된다
이런 것들이 제주도사람들이 오래사는 하나의 비결이 아닐까
그리고 제주도 사람들은 데친 고사리를 말리지 않고 그냥 냉동실에 넣어 보관하다가
필요할 때 꺼내서 먹는다고 한다
아마도 육지보다 고사리를 더 많이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체득한 생활의 지혜가 아닐까
여하튼 제주도 고사리는 우리나라 고사리중에서 최고의 상품이다
그래서 요즘은 고사리 채취하는 아주머니 관광객들도 있다고 한다
토요일 오전에 관음사쪽에 올라가 보니
나이든 어머니와 젊은 부부의 관광객이 열심히 고사리를 채취하고 있었다
고사리는 손이 많이 간다
채취할때는 가시덤불이나 작은 나무들 사이 구석에서 자라므로 가시에 많이 찔린다
그리고 찬찬히 살피면서 하나씩 하나씩 허리를 굽혀 채취해야 한다
털이 많은 놈들은 개미도 많다
채취해 와서는 일일이 개미를 털어내는 수고를 해야한다
그리고 뜨거운 물에 살짝 데친 후 그것을 햇볕에 며칠을 두고 말려야 한다
말릴 때 장마가 오면 고사리에 곰팡이가 생겨 그동안의 고생이 헛수고가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고사리는 말리는 시기를 잘 선택해야 한다
잘 말려야 맛좋은 최고 상품의 고사리가 된다
이런 많은 수고를 통해 만들어지는 고사리를 좋은 가격으로 사줘야 한다
때로는 생명의 위협을 겪기도 하는 채취과정과
좋은 것으로 만들기위한 여러 과정의 후가공 작업 등
많은 노력과 정성이 담긴 우리 농산물을 사랑하자
채취해온 상태의 고사리들
끓는물에 데치고 난후의 고사리들
햇볕에 말리고 난 고사리들
최초 상태에서 10%정도로 줄어든다
그러므로 말린 고사리 가격이 비싸다
최종 가공상태와 최초 가공전 상태
오늘 채취한 고사리와 지난 번에 채취해 말린 고사리
아마 위의 것도 말리면 이것보다 조금 많거나 비슷해진다
말린 고사리와 뜨거운 물에 데친 고사리
이것도 말리면 조금 많거나 비슷한 정도 밖에 안된다
오로지 질보다 양에 입각해 채취한 은진이 엄마의 고사리들
양보다 질에 입각하여 좋은 놈들로 고른 나의 고사리들
봉투에 담을때도 한방향을 지키면 자연스럽게 이렇게 가지런히 정리가 된다
오늘 오후 2시간 동안 우리가 채취한 고사리
길이는 최대 45센티미터
높이는 20센티미터
고사리를 데치기 위해 끓는 물
고사리를 데치고 난 후의 물
끓는 물에 고사리를 넣고 뻣뻣한 상태에서 부드러운 상태로 변해가는 모습들
뜨거운 물에 익어가면서 색이 진해진다
보라색은 검게, 연두색은 더욱 깨끗한 연두색으로
숨이 죽어 부드러워 지면 물에서 꺼낸다
꺼낸 후 찬물에 식혀준다
물빠지기를 기다렸다가 나중에 햇볕에 말리면 된다
데치고 나면 색이 선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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