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집에 쌓여있던 책을 읽다가, 간만에 구입한 따끈한 새 책을 읽었다
새 책이라서 그런지 3주만에 끝났다
아마도 어려운 얘기를 쉽게 쓴 저자의 노력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부러운 것 중 하나가
저널리스트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도 저널리즘학을 대학에서 가르치는 교수이면서 세계적인 언론사에 기사를 쓰는 저널리스트다
이 책을 쓰기위해 미국에서 시작해서
유럽, 중국, 태국 등 전 세계를 찾아다니면서 수년간에 걸쳐 이룬 성과를 책으로 엮은 현장의 글이다
이런 글을 쓰도록 후원해주는 사회가 부럽고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저널리스트가 있다는 것이 부럽다
우리도 이제는 아침에 신문을 받아들고 제목만 대충보는 그런 신문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그런 신문들이 사라지면 진정한 저널리스트가 나오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완벽한 가격, 엘렌 러펠 셸(정준희 번역), 랜덤하우스코리아, 2010년 7월 5일발행, 16,000원
요즘 지역상권 붕괴의 주범으로 몰리는 대형마트들
그리고 최근에는 대기업의 슈퍼마켓진출에 관한 이슈들
바로 이런 이슈가 던지는 문제점들을 이 책은 속 시원하게 밝혀준다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가장 싼 제품을 추구하면 결국 우리들의 인건비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마트에 진열되는 더 싼 제품을 위해
원료비가 낮은 곳으로, 인건비가 낮은 곳으로 이동하므로
우리 주변의 일자리는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다
실제 마트에 가서 공산품을 보면 전부 중국산이다
예전에는 우리가 생산하던 것들이 이제는 노동단가와 원자재 가격이 싼 중국으로 이전한 결과다
프랑스에서는 까르푸가 시내로 진출하지 못한다고 한다
슈퍼와 구멍가게를 살리기 위해 도심 외곽에만 허가한다고 한다
우리도 SSM을 허가해서는 안된다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시대에서 이제는 소량생산 소량소비의 시대로 역행을 해야 한다
저렴한 일꾼의 도움으로 저렴한 제품이 유통되는 유통의 시대를
다시 생산과 제조의 시대로 돌려놓아야 하지 않을까
한때 커피를 두고 공정무역을 고민하자고 캠페인을 했었다
이제는 커피뿐 아니라 모든 공산품과, 농수산물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시대다
그래야 우리도 제대로 대접받는 것이 아닌가 싶다
본문 중에 이런 말이 나온다
"중국에서 내구성을 걱정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노동이 워낙 싸기 때문에 무엇인가 고장이 나면,
고치기보다는 그냥 새로 장만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내수를 진작해서 좋을지 모르지만
쓰레기와 돈의 낭비를 초래하는 거품이다
그리고 불필요한 에너지를 비생산적인 곳에 투입하는 것이 아닌가
100년전 펜실바니아대학 경제학 교수인 넬슨 패튼이라는 분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자본주의자의 원칙은 프루걸리스트의 원칙과 동일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자본주의자는 생산력이 있으면 물건을 중요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자는 자연자원, 토지, 동물, 심지어 인간조차 망설임 없이 이용한다. 그런 사람에게 자본은 지속적으로 대체될 수밖에 없는 소멸되는 요소들로 이루어진
추상적인 재원인 것이다. 프루걸리스트는 자본주의자와 정반대되는 태도를 갖는다. 프루걸리스트는 자신의 도구에, 토지에, 생산품에 지대한 관심을 갖는다.
그는 각 요소에 명백한 애착이 있다. 그는 오래된 코트가 닳는 것을, 오래된 마차가 부서지는 것을, 혹은 오래된 말이 발을 절름거리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그는 항상 구체적인 대상을 생각하고, 다른 것이 아닌 바로 그것을 원한다. 그는 그냥 토지가 아니라 특정 농장을 원하고, 아무 말이나 소나 기계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품종과 특정 기구를 원한다. 그는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니라 집을 원한다. 기준 이하의 것은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서 거부하고,
기준을 넘어서거나 기준을 벗어난 것은 사치스러운 것으로 여겨 경멸한다. 프루걸리스트는 자본을 특정 목적을 이루는 수단으로 생각한다.
Frugalist : 검소한사람, 소박한사람, 절약하는사람......
저자도 이 말을 인용하면서 결론을 맺는다. 이제는 더 이상 저가의 노예에서 벗어나자고
저가를 찾으면 그 만큼 우리주변의 동료와 가족들의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을 명심하자고 한다
월마트는 세계최고의 마트이면서 동종업계 최저의 임금으로 근로자를 쥐어짜면서 고객들에게 최저가격을 선사한다
그리고 임원들은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아간다고 한다
과연 우리가 마트에서 싸게 구입하는 상품이 진짜 좋은 것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제로섬게임처럼 누군가의 피눈물을 짜서 내가 웃는것이 아닐런지
목차 사이에 있는 빨간줄은 마트의 상징 바코드를 형상화 한듯 여겨진다
글 중간에 간단한 설명을 달아주고, 색을 달리해서 보기 편하다
책 뒤편에 주석을 달아놓았다 - 사실 이 부분은 각주로 달았으면 보기가 훨씬 편했을텐데
아마도 요즘 추세가 각주를 멀리하여 깔끔한 편집을 위해 뒤로 물러난듯 보인다
마지막에는 친절하게 참고문헌 목록도 달아놓았다
책의 외형에 관한 평가는 편집이 깔끔하고, 보기도 편해 좋았다
다만, 누차 지적하지만 양장본으로 제본이 되어 들고 다니면서 읽기 너무 불편하다
제발 우리 출판계에서 양장본을 지양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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