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연가시"가 가져온 불쾌함으로 마음이 무거웠는데
은진이 엄마가 "나는 공무원이다"를 보러 가자고 한다
어차피 올해는 공부하느라 영화 보러갈 기회도 자주없어서
시간날 때 그냥 보기로 했다
나는 공무원이다
주인공 윤제문은 충무로 흥행배우도 아니다
드라마, 영화에서 강한 인상의 조연으로 나오는 배우이다
그래서 더욱 보고싶어진다
조연배우가 어떻게 주인공 역을 풀어 나갈까
마치 후반 30분에 교체 맴버로 들어가는 축구선수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선발출전하는 것처럼
그 기나긴 시간을 어떻게 풀어 갈까
기존에 이와 비슷한 영화들(와이키키브라더스, 브라보마이라이프 등)과 달리
이 영화는 상당히 관조적인 자세를 잃지 않는다
시종일관 한발 물러서서 조용히 바라보는 제3자의 관점에서
사건을 풀어나간다
해프닝으로 시작해서 해프닝으로 끝나고
다시 각자의 일상으로 그냥 돌아가는 전개방식
누구하나 타인의 삶에 영향을 끼치지 않고
그냥 그대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다
억지로 스토리를 만들어 엮는 인위적인 구성이 아니어서 더욱 좋다
마지막에 주인공이 징계를 당하는 장면
공무원사회에서 당연한 결과이다
그래서 더욱 영화의 리얼리티가 살아난다
재해단계에 따른 비상근무가 발령되면 정상근무에 임해야 한다
결국 주인공은 음악을 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정위치 근무를 위반하였기에 징계를 당하는 것이다
사소해 보이는 부분에서 리얼리티를 살렸기에
영화가 신파로 흐르지 않고 각자의 삶을 보여주는 좋은 영화가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보통의 영화였으면
콘테스트에서 우승을 하거나 해서, 구청장으로부터 상도 받고
계속 음악을 하면서 공무원 생활을 한다거나, 그들과 같이 주말에 밴드를 한다거나 등등
해피엔딩으로 흘러갈지 모르지만
그냥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을 강구해 보고
그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문책성으로 도로변 가로정비를 하는 주인공과 마주친 밴드친구들
그냥 손만 흔들고 서로 대화를 나누지 않는 장면
그리고 주인공은 끝까지 손만 흔들 뿐 웃지도 않는다
어떻게 보면 냉정해 보일지 모르지만
각자의 삶을 존중하는 드라이한 마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이 영화 전반에 흐르는 음악들이 참 좋다
음악을 주제로한 영화이기에
영화음악을 다시 듣고 싶다
음악은 스토리를 입혔을때 더욱 감미롭게 들린다
그래서 음악을 다룬 영화가 더욱 기억에 남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오광록 다시 봐서 좋다
감히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한 대사 처리
"띵스 해브 체인지드"
"신경 쓰지마"
오광록 멋지다!!!
'일상 > 영화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토탈리콜 2012는 리콜을 원하나? (0) | 2012.08.20 |
---|---|
도둑들 - 김윤석&전지현 그리고 기국서 (0) | 2012.08.12 |
연가시 - 메세지가 뭔지 모르겠네 (0) | 2012.07.16 |
화차 - 변영주의 독특한 연출력 (0) | 2012.04.01 |
범죄와의 전쟁 (0) | 2012.0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