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영화보기

화차 - 변영주의 독특한 연출력

바다오리~ 2012. 4. 1. 00:24

오랫만에 여유로운 주말을 영화와 함께

"화차"를 보았다

 

 

변영주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영화로 주목을 받고있고

상당히 시사적인 내용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데

드디어 시간을 내어 극장을 찾았다

그리고 극장에 가서 이 영화가 일본 소설이 원작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올드보이"처럼 일본 원작의 영화

좀 찜찜하지만 그냥 보았다

나중에는 우리의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 지기를 기원하면서

 

일단 영화를 보고 나온면서 느끼는 생각은 처음과 달라졌다

왜 변영주감독이 일본 원작을 영화로 만들었는지 이해가 되고

일본 소설을 영화로 만들어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알겠다

 

우리보다 앞서 경제 침체기를 맞이한 일본

수십년 호황뒤에 찾아온 불황으로 사회가 무너지는 상황을 겪으면서

젊은이들의 일자리문제, 경제로 인한 가족의 해체, 무관심, 부채의 늪

이런 지옥같은 삶 속에서 결국은 같은 처지의 사람을 밟아서

자신이 살고자 하는 아비규환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금의 현실이 꼭 이렇지는 않지만

비숫한 상황이 되어가고 있으며

이런 상황이 실제 현실화 될 수도 있다는 경고의 메세지를 소설이 말하고 있고

변영주는 이를 영화화하여 우리에게 메세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영화로 돌아가서

변영주감독은 여성이다

그러나 그는 다큐멘터리식의 거친 카메라워크를 좋아하는 것 같다

다큐라는 거친 카메라워킹을 통해 메세지를 강하게 전달하고자 한다

"시"에서 보여주는 이창동감독의 거친 카메라워크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매끈한 다른 영화와 달리 보는 중간중간 거친화면이 강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사이사이 감성이 돋보이는 장면으로 자신이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하는 듯 보인다

오프닝 크레딧에 나오는 수채화 같은 비오는 장면

사라진 그녀의 집 골목 밤 장면에서 골목길을 홀로 내려오는 고양이 한마리

도시에 드리워진 아름다운 석양의 모습 등

시나리오 전개와는 상관 없는듯 보이지만

거칠게 스릴러로 흘러갈 수 있는 영화를 메세지라는 감성의 영화로 머물게 하는 장치가 아닌가 생각된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그와 그녀가 만나서 대화를 나눌 때

그냥 스릴러로 흘러간다면

그녀는 자신의 계획을 방해하는 그를 가방에 든 칼로 찌를 수 있지만

(원래 고양이 주인을 죽이려는 준비물인 칼과 가방을 만지막 거리는 장면의 클로즈업이 이런 상황을 유추케 한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면서 그냥 떠나간다

결국 그녀는 사이코패스가 아니라

자신이 살기위해 자신과 처지가 같은 또 다른 자신을 죽이는

나비의 변태과정처럼 그녀에게만 초점을 맞춘다

 

 

김민희 연기력이 돋보인다

이선균의 연기는 파스타에서 보여줬던 연기력에서 크게 변화가 없어 보인다

그래서 크게 돋보이지는 않지만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잘 소화했다고 여겨진다

그에 비해 김민의의 연기는 확실히 돋보인다

말할듯 말듯한 표정

공포에 질려 어쩔줄 몰라하는 연기가 압권이다

그리고 사람을 토막내면서 자신에게 최면을 가하는 모습은 소름끼친다

조폭에게 자신이 당하면서 느끼던 공포를

도리어 살인이라는 상황에서 물러서지 않으려고 자신에게 폭력을 행사하면서 최면을 거는 모습

피 묻은 손으로 울면서 자신을 뺨을 때리고

기다시피 다시 화장실로 들어가는 모습은 그 자체로 공포스럽다 

절제된 그녀의 연기력이 가장 돋보인 장면이 아닌가 생각된다

 

 

조성하 - 최고의 충무로 조연 중 한사람이다

이미 황해에서 보여준 강한 인상이 있고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중후하면서 강한 이미지가 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장점과 단점이 다 노출되었다

역시 강한 눈매의 연기력 돋보인다

그저그런 몰락한 뒷골목 형사의 모습을 위해

간암 환자처럼 시커먼 얼굴까지 멋진 변신을 했다

그러나 범인을 추적하는 등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에서는 티가 난다

대사치는 것은 최고인데

행동은 많이 어색하다

김윤석이 4885를 외치면서 뛰는 모습은 진짜 형사같은데

조성하가 뛰는 모습은 억지로 뛰는 흉내를 내는 연극판의 형사같다

다 좋은데 이점이 조성하를 조금 돋보이지 않게 하여 아쉽다

그래도 조성하의 대사는 톤과 억양에서 최고가 아닐까 싶다

 

 

변영주 감독이 설명하는 이 장면 - 영화에서 가장 공포스런 장면이다

그녀의 최초 살인이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되는 장면을 찍는 모습

현장을 찾은 조성하가 그때의 상황을 추정하는 회상장면에서

누군가 갑자기 뒤에서 사람을 확 미는 순간 - 가슴이 철렁해질 정도로 무섭다

 

이 사람의 등장, 그녀의 복선인 줄 알았는데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너무나 닮은 두 사람

황해에서 암살당한 교수의 부인과 하정우의 아내 모습이 동일인물 처럼 보일때와 같이

위의 강아지주인과 그녀가 같은 연결고리를 가진 듯 보였다

 

영화와 같은 상황이 우리앞에 전개되어서는 안되지만

그렇다고 이런 상황이 오지 않는다고 할 수도 없다

결국은 우리가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이런 상황은 전개가 될 것이다

청년실업의 문제가 베이비부머의 은퇴보다 더 큰 문제이고

이는 시급히 해결해야할 우리의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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