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영화보기

해무 - 욕심과 삶의 경계는

바다오리~ 2014. 8. 15. 18:23

해무

최근들어 개봉한 4편의 영화 중 마지막 개봉작

군도, 명랑, 해적, 해무(개봉일순)

올 여름 극장가를 강타한 작품들이다

원래 여름이 되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극장가를 점령하는 것이 정상이었는데

아무래도 미국경제의 불황 덕분인지

이렇다 할 블록버스터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한국 영화들이 웬만한 할리우드 영화랑은 경쟁이 불가하다

그만큼 한국영화의 수준이 뛰어나다

 

이상하게 내가 지금까지 본 영화 중 천만관객이 든 영화는

한국영화로는 "도둑들"

할리우드로는 "아바타"가 유일하다

역시나 이번에도 "명랑"은 시선이 안간다

올 여름 개봉작 4편중 "군도"와 "해무"만 기다렸다

 

 

"해무"

고립된 곳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욕망

극한의 대립을 생각하고 영화관에 들어갔는데

이렇게까지 격하게 드러낼 줄은 몰랐다

"황해"에서 보여주던 그 원초적 폭력성

"황해"가 폭력성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해무"는 선과 악에 관한 인간의 욕망이 아닌가 생각된다

멀쩡한 사람이 조직과 개인의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

선과 악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 등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분간하기 힘든 문제를 던져준다

과연 누가 옳은가?

다른 말로 하면

누가 선한가? 누가 악한가?

과연 욕망 앞에서 선과 악이 존재할까하는 의문이 든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오는 순간

89년, 90년 출판된 고원정의 소설 "빙벽"이 생각난다

해무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소설속에 나오는 군인들과 유사하다

군인들로 캐릭터를 바꿔보면(그냥 한번 웃자고 하는 것으로)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선장 : 이제 곧 참모 보직을 찾아야 하는 임기말의 2차 중대장

         사건사고로 얼룩진 1,2차 중대장 보직기간

         이번에 뭔가 하나 터뜨리지 못하면 참모보직도 못 받고

         결국 소령진급도 물 건너간다

 

 

기관장 : 전역을 앞 둔 행정보급관

            술 좋아하다 보증으로 연금 날리고 전역 후 살 집도 없고

            애들은 커가고 집안은 엉망이고, 하루하루가 고역이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갑판장 : 상사 진급으로 행정보급관 자리를 노리는 화기소대장

            중대장 말이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따르는 밀어붙이는 황소

 

 

말년병장 : 중대장, 소대장 명령에 죽는 시늉을 하면서 따르는 왕고

               내무반에서는 중대장, 소대장을 등에 없고 힘으로 군림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상병 : 병장 눈치를 보면서 내무반 군기를 잡고

         행정보급관 눈에 들어 중대 보급계로 갈려고 발버둥

         새로 들어온 신병이 먹물이라 군기를 못 잡고 보급계 물먹는 중

 

 

신병 : 대학 다니다 나이들어 군에 온 신병(일명 먹물)

         몸은 둔하지만 생각이 깊어

         행정보급관이 중대보급계 후임으로 일지감치 낙점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다방아가씨 : 포상으로 소대외박 나왔다가 한눈에 보고 반한 여인

                  말년병장과 상병의 장난질에 신병이 술김에 막아보려고 나섰다가

                  사건이 터지고 만다

 

군인과 선원들 모두

그들만의 세계에 고립되어

개인의 생각보다는 조직의 생각을 강요받는 것이 유사하다

살기위해서

결국 살기위해서 남을 죽일 수 있다는 무서운 생각

 

그리고 이 영화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연극을 영화로 옮겼기에

다른 작품들 보다 시나리오는 치밀하다

마치 연극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대사 한마디 한마디 복선으로 연결되어

끝까지 잘 들어야 한다

 

중국노동자, 조선족노동자

그들이 왜 그리 포악할까

영화를 보면 이해가 된다

죽기를 각오하고 돈을 들여서

온갖 험한일을 당하면서 넘어온 한국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돈을 벌어야 한다

하루하루 악으로 버티는 그들에게 포악함을 비난할 수 있을까

사회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또 다른 선장과 선원들, 밀항자들이 자리를 채울 뿐이다

 

그런점에서 이 영화는

성웅 이순신장군을 이용하여 잠시 쾌감을 주는 영화와는 다르다

광복절 이 영화를 보면서 일본을 무찔렀다고 좋아할 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오히려 일본보다 이순신에 대해서 더 알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불편하지만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현재의 문제를 다루는 이 영화가 더 가치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우리는 이순신 장군을 광화문 광장 동상으로 기념하지만

일본은 임진왜란이후 철저히 연구하고 숭배하고 있다

그리고 러일전쟁을 승리로 이끈 도고 헤이하치로 제독은 이순신 숭배자의 한 사람이다

세계 5대 해전의 하나로 일컫는 1905년 5월 대한해협 해전

이순신이 12척의 배로 왜군 300여척을 무찌른 그 전법을 그대로 옮겼다

지금도 군사 작전의 가장 큰 핵심인

"시간, 장소, 방법"

내가 원하는 시간에

내가 원하는 장소에서

내가 원하는 방법으로

 

1년에 걸친 다양한 방법으로 적을 괴롭혀

결국 도고가 원하는 대한해협에서

도고가 쳐논 시간에, 도고의 방법으로 걸려든 러시아 함대

도고는 훗날 사람들이 당신이 해신이라고 칭하자

진정한 해신은 이순신이고, 이순신에 비하면 나는 그저 하사관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일본놈들이 무서운 이유 가운데 하나가

실패를 연구해서 새로운 방법을 찾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성공한 이순신의 전법도 잘 계승하지 못했다

그런 관점에서 이순신에 관한 국민들의 신드롬은 그리 탐탁지 않다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이순신에 관한 연구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다시 "해무"로 돌아와서

선장 - 김윤석의 원초적 연기

한가지 의문이 든다

김윤석은 이런 역할이 끝나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는 데 힘들지 않을까

마음 한구석에 상당한 상처가 날 역할이 아닌가 싶다

이제는 돌아갈 집과 가족도 있으나 마나고

자신의 존재가치와 같은 배를 살리기 위해서는 영혼이라도 팔아야 될 처지에 놓여

결국 악마와 거래를 한다

조타실에 홀로 앉아 선원들을 바라보는 고독한 선장

삶이 고단하다

 

 

이게 우리의 현실이다

사회구조가 뒤틀린 사회에서는 그 누구도 편하지 않다는 것을

결국 서로가 서로에게 물리는 악순환 구조

이런 구조를 깰려고 노력하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오늘 교황이 대전 미사에서 한 말씀 중에

공공선을 위해 모든 사람이 연대를 해야 한다는 조용한 외침이

굉장히 크게 와 닿는다

 

 

그리고

영화음악

정재일

장엄하고 비장한 음악이 가슴을 파고든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도 계속 흐르는 음악

끝까지 듣고 싶었지만

열명도 안되는 관객들 다 나가고

혼자서 여러관을 관리하는 직원 눈치보느라

영화음악을 누가 만들었는지만 보고 나왔다

 

항상 영화관에서 느끼는 감정

엔딩크레딧을 끝까지 눈치 안보고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관객들 다 나가고 홀로 앉아 있으려면

문앞에 서 있는 직원 눈치가 보인다

내가 나가야 청소하고 다음 영화 준비해야 하는 그들의 고단함 때문에

멀티플랙스의 단점이다

노동력 줄이기 위해 여직원 혼자서 조조영화 5개관을 담당하는 현실

그들도 힘들다

그래서 중간에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