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영화보기

대립군 - 스크린 논란속에

바다오리~ 2017. 6. 9. 01:24

영화관이 단일관에서 복합상영관으로 바뀌면서

개봉하는 영화들이 스크린을 몇개 차지하느냐의 문제로 사활을 건다

최근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급의 개봉에 맞춰 스크린 논란이 점화되었다


"노무현입니다", "대립군"이 잘 나가다 스크린에 밀려

소위 퐁당 퐁당을 하고 있다는 푸념이다

그것도 "대립군"의 감독이 직접 인터뷰에 밝힌 내용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퐁당 퐁당은 하루 종일 스크린을 장악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시간대, 그러니까 오전과 저녁 늦은 시간대에 올리는 것을 일컫는다



그래서 어제 오후에 "대립군"을 보았다

아직 대구에서는 스크린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일단 영화에 대한 소문이 무성해서 선택을 했는데



적잖이 기대보다 실망스러웠다

내용은 좋은데 너무 장황하다

영화가 시작하고 오프닝을 하는데 무려 30분이 걸렸다

러닝타임 자체가 길어서(4시40분 시작 7시 종료, 광고시간 빼도 2시간 10분)

일단 느긋하게 들어 갔는데도 초반부터 지루함이 몰려왔다


오죽했으면 편집 감독도 가위질을 잘못했는지

두번이나 연결이 끊어지는 장면이 이어졌다

장황한 서사가 필요한 영화이기는 하다

광해군이 어떻게 심정이 변하는지를 보여 주려고 했겠지만

그렇다고 러닝타임의 상당부분을 심정 묘사에 쏟은 것은 글쎄다



스크린문제

글쎄, 영화를 보고나니 극장들이 스크린을 내린 이유를 알겠다

5월31일 개봉하고 일주일 지났다

개봉 첫주에 바로 연휴가 있었고

결국 지루함이 입소문을 방해하지 않았나 싶다



연기자들 연기력 좋았고

강원도 깊은 산중을 헤매이는 모습들 보면서 연기자들, 스탭들 얼마나 고생했는지 눈물난다

그렇다고 관객들이 고생을 치하할려고 영화를 보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아무래도 나는 감독이 너무 자기고집에 사로잡힌 듯한 생각이 든다

우리가 좋은 영화 만들었으니 봐야된다


수년전에 나왔던 이병헌 주연의 "광해"와 이 영화는 전연 다르다

관객을 모으는 힘은 정치인들의 관람과 평이 아니라

관객들이 판단하는 것이다



이병헌이 보여주는 연기의 치밀함

그리고 시나리오와 연출의 자임새가 어우러져 관객이 감동하는 것인데

"대립군"은 그런 치밀함과 짜임새가 없다

이정재 연기력 대단하지만

2시간 10분짜리 러닝타임을 혼자서 끌고 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다들 연기력이 돋보였지만

특출한 연기력은 없었다

영화를 달구는 것은 주연 못지않은 신스릴러가 있어야 하는데 이 영화는 없다

굳이 신스릴러를 들라면 강원도 풍경 아닐까


기대하고 갔는데 실망스런 영화였다



영화가 나를 버린건지, 내가 영화를 버린건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장면은 글쎄?

이정재가 자객의 습격을 끝내고 광해군과 심리적 교감을 하는 장면에서

계곡물에 들어가는 장면이 있다

광해군에게 현실의 두려움을 직면하게 하는 장면인데

굳이 이정재가 상의를 탈의하고 우람한 근육질을 뽐내야 했을까

조선시대 군역을 대신하는 전문 전투원으로서 강한 면모를 보이는 것은 좋은데

그것이 꼭 헬스장에서 만든 몸매여야 했을까

오히려 근육은 없지만 강하고 탄탄한 모습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 장면은 정말 아니었다

겉은 천민과 같은 평민이었는데, 벗겨보니 귀족인 모습이랄까

좀 더 디테일에 신경을 썼더라면

"군도"에서 보여준 하정우의 모습이 맞지 않을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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