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퍼실리테이터

국민참여 국방예산 대토론회

바다오리~ 2018. 5. 15. 13:17

지난 5월11일 금요일 저녁 6시부터 9시까지 국방컨벤션홀에서

국방부장관을 모시고 육해공군 해병대 장병 및 군무원, 국방부 공무원, 일반국민 등 200여명이 모여서

2019년도에 편성될 국방예산 중 6가지 국민제안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토론을 진행하였다.



명령과 복종으로 이루어지는 군의 특성상 토론을 통해 예산을 편성한다는 것은

상당히 파격적이고 쉽게 할 수 없는 업무로 볼 수 있다.



2017년 5월 새정부가 들어선 후 국민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창이 활발해지고 있고

그러한 영향으로 정부 부처가 국민들의 제안을 적극 수용하고

정부의 정책 입안과정과 진행 및 결과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들을 공개할려고 노력한다.

정책 제안과 같은 직접 참여와 정부 정책의 공개를 통한 간접 참여 등

국민과 함께 할려는 정부의 노력을 뒷받침해주는 과정으로 토론이 많이 선택되고 있다.



행사는 오후 6시부터지만 퍼실리테이터는 오후2시부터 모여서 사전 연습을 실시한다

국방부 예산에 관한 토론은 국방부의 업무와 용어부터 알고 있어야 되므로

일주일전에 있었던 기본교육에 이어서

현장에서 다시 중요한 것들을 교육하는 시간으로




우리 테이블 참가자 중 직접 제안을 한 병참병과 육군 대위가 제일먼저 도착했다.

레바논 평화유지군 파병을 다녀오면서 병참문제의 고민을 제안으로 연결하였다.

전투근무지원중 군수업무는 현대 전쟁의 승패를 가늠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이고

그러한 병참장교의 진지한 고민을 들을 수 있었다. 



군에서 전역한지 벌써 19년이 되었지만

퍼실리테이터 중에서는 장교 출신이 없는 관계로 메인 테이블에 배정이 된 것 같다.

우리 테이블은 장관님과 예산을 담당하는 계획예산관 국장이 함께하는 테이블로

계급이 낮은 육군 상병과 해군 상병에게 주눅들지 말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라고 계속 격려를 해줬는데

걱정과 달리 요즘 청년들은 계급에 크게 개의치 않고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는 멋진 군인들이었다.

육군 일병은 조사 기간이후 진급을 하여 상병이 되었다.



국방부 사진기자들이 내 머리뒤에 모여서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스트로보 불빛과 셔터 소음이 이렇게 큰 줄은 나도 미처 몰랐다.

그렇다고 내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국방부장관님과 계획예산관, 대변인이 클로즈업된 사진



국민의례 중 국기에 대한 경례 장면을 찍은 사진

졸지에 국방부장관님을 가리고 주인공이 되는 몰지각한 사람으로 오해받기 좋은 사진

토론 테이블의 자리 구성상 퍼실리테이터는 항상 무대를 등지게 되어 맨앞에 앉는데

통상적인 행사에서는 퍼실리테이터 자리가 주빈의 자리가 되므로, 이런 사진이 나왔다.



국방부장관님은 일정상 토론에는 참석을 못하고

인사말과 장관과의 대화 시간을 20분 가지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현역 장교, 병사, 일반 국민, 아들을 군에 보낸 어머니까지 다양한 분들이

자신의 궁금증을 장관께 질의하고 답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국방부에서 각군의 장병들과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국방부예산 수립에 관한 제안을 받았고

다양한 제안을 국방부에서 검토한 후

직접 실행이 가능한 6개의 사업으로 정리된 것을 가지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토론을 진행하였다.

각자 자신의 관점에서 사업의 우선순위와 그 이유를 말하고

상대방의 다양한 의견도 들어보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토론 시작할 당시 각자의 생각을 투표한 것과

상호토론을 거친 이후 생각을 투표한 결과에서 다소 차이를 보인다.

상대방의 얘기를 들으면서 생각이 변하기도 하고, 더욱 굳어지기도 한다.

결국 이날 참가자들의 다수는 "예비군 훈련비의 인상"을 가장 우선 순위로 꼽았고


한가지 눈여겨 볼 것은 네번재 "지휘관 재량 긴급 장비/물자획득 예산지원"문제인데

사실 이 문제는 군에서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지만

그것을 인식하는 사람들은 장교와 부사관, 군무원 등 일부에 한정된다는 것이다.

우리 테이블의 병참 장교도 본인이 "전장병 동계 패딩점퍼 지급"을 제안 했지만

자신의 입장에서 가장 우선적인 사업은 "지휘관 재량 긴급 장비/물자획득 예산지원"을 꼽을 정도로

이 문제는 예전부터 매우 중요한 문제의 하나였었다.

예산은 항목을 중심으로 편성되고 집행되는데

사실 일선 부대의 현장은 매우 다양하고 훈련이나 평시 부대 운영시

예산 항목과 다른 분야의 지출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하지만 경직된 군의 구조상 예산의 변경이나 전용은 매우 힘들고

결국 일선 지휘관들과 인사부서의 간부들이 어려움을 겪게된다.

그래서 일선 지휘관들의 재량권을 조금이나마 풀어달라는 요구는 누누히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대다수 일반국민들에게는 그리 심각한 문제도 아니고 잘 모르는 문제가 된다.

군 내부의 문제이므로, 다른 다섯가지의 문제는 일반 국민들이 거의 알 수 있는 문제들이다.

아마 그런 결과가 반영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병사들의 군 복무기간이 짧아지면서 생기는 문제에 관해서도 의견이 나왔다.

육군은 21개월, 해군은 23개월을 복무한다고 하는데

특정 시기에 입대하는 병사는 군에서 겨울을 한번만 나는 경우도 발생하다고 한다.

그래서 군에서 지급하는 동내의가 사실은 필요없는 부대도 있다는 것과

병사들이 전역하면서 버리고 가는 문제로 쓰레기 처리하는 자원 낭비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고


해군 상병은 해, 공군의 경우 병사들도 정복과 근무복을 지급하는데

짧아진 복무기간으로 인해 정복과 근무복을 동,하계로 구분해서 지급하는 것도 낭비요소 같다고 한다.

그래서 동,하복을 구분하지 말고 하나로 지급하고

남은 예산을 다른데 쓰는게 어떻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예전 우리의 군생활과 달리 복무기간이 단축되면서 개인 피복에서도 생각지 못한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 같다.

대체로 지금 우리 사회는 양적인 시대에서는 충족이 되었고

이제는 질적인 측면에서 요구가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날 토론에는 남자친구를 군에 보낸 여성들도 많이 자리를 했다.

자녀를 군에 보낸 어머니들보다

이제는 여자 친구들도 군에 간 남자친구를 위해 의사를 표현하는 모습이 달라진 변화를 보는 것 같다.



토론을 끝내고 퍼실리테이터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서 기념촬영으로 마무리




사실 군에서는 누구보다도 토론을 중요시한다.

장교들의 경우 초등군사반, 고등군사반 교육이 토론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전투행위는 현재의 행위가 아니라 미래 일어날 상황을 가정하는 것이기에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정답은 없다.

그래서 각자의 역할을 구분하고 자신의 역할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제안을 하는 참모회의를 한다.

참모회의에서 각자의 의견을 중심으로 열띤 토론을 하고

그것을 모아 지휘관은 최선의 방법을 결정하게 된다.

그러므로 군인들, 특히 장교들은 일반국민들 보다 토론참여와 진행에도 익숙하다.


다만, 군이라는 특성이 명령과 복종으로 이루어지고

각자의 역할이 계급에 우선하는 특수성이 있어서 교육 현장과 달리 토론이 활발하지는 않을 수 있다.


그래도 전국의 다양한 토론 현장을 다녀보아도

국방부 장병들과 토론하는 것이 진행자로서는 좀 더 수월한 측면이 있다.

토론하는 방법을 알고 있고, 각장의 주장이 명확하고,

최선의 방법으로 수렴하려는 목적이 뚜렷하다.

단, 계급이라는 장애물이 있고, 너무 최선의 방법 하나로 수렴하려는 경향이 강해서

각각 다른 개인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는데는 미세하게나마 한계가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등병부터 장군까지, 공무원, 국민들을 한 테이블에 앉히고 토론을 했다는 것

국방부의 이러한 시도는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방부의 토론은 앞으로도 더욱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리고 교육을 통해 토론에 익숙한 장교들을 테이블 퍼실리테이터로 활용한다면 좋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