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영화보기

시크릿 - 잘 만들었지만 어딘가 2%가 부족한듯

바다오리~ 2009. 12. 13. 23:33

 

오랫만에 영화를 보았다

주말이 바쁘면 여러가지 못하는게 많다

영화도 주말을 이용하여 보아야 하는데

영화 안 본지 정말 오래되었다

8월에 국가대표 본 이후로 거의 넉달동안 영화관에 가지 않았다

한국영화의 발전을 위해서 자주 가야하는데........

시크릿 예고편을 보고 보러가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마침 은진이 엄마가 회사동료로부터 예매권을 선물받아 보게 되었다

마음씨 고운 사람들 덕분에 즐겁게 영화를 보아 정말 고맙다

 

 

예고편을 보면서 어느정도 스토리 전개가 그려졌었다

그래서 그런가 하고 영화를 보았는데 여러가지로 꼬인다

너무 많은 스토리를 담아내려는 욕심이 오히려 옥에티가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사실 영화를 보기전에 위 포스터에 나오는 최형사가 열쇠를 쥐고 있을 줄 알았다

김상열에 의해 정직을 당한 복수심.........

강력계 형사들이 겪는 범죄와 정의사이의 줄타기 곡예에서 오는 갈등으로인한 복수 등으로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이런 구조는 사라졌다

목격자로 잡혀온 경호라는 어리숙한 청년이 뭔가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애초부터 김상열의 아내는 살인자로 보이지 않았다

비록 옷에 피를 묻히고 있었지만 살인과 연결하기에는 동기도 부족하고 연결점이 없었다

그래서 다들 영화를 보면서 왜 누명을 쓰게 되었을까에 고민을 하게된다

누명을 쓰게 된 원인은 원칙을 지키는 형사 남편이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여기게 되고

그리고 그 원칙으로 인해 최형사가 정직을 당하고.........복수심으로 절치부심을 하게되고

그리고 정직이 풀린 날 사건이 일어나고, 현장에서 육감으로 김상열이 엮인것을 짐작해가는 모습에서

결국 김상열은 동료보다 법을 우선하는 정의로운 형사에서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서는 이것을 풀기위해

법과 원칙을 어겨야 하는 갈등, 그로인한 파멸 등이 스토리가 아닐까 싶었는데

 

영화는 더욱 복잡게 얽히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보고나서도 영 개운치가 않다

그리고 경호를 보면서 유주얼서스펙트의 절름발이 카이저소제가 생각이 났다

아마 감독은 유주얼서스펙트의 절름발이 버벌이 보여준 반전을 경호를 통해 보여줄려고 한 모양이지만

대부분 관객들은 삐에로목소리를 통해 어느정도 짐작을 하고 말았다

경호와 김상열이 같이 있을 때 동료형사에게서 전화가 온다

이때 전화가 삐에로목소리였으면 경호에 대한 의심은 사라졌겠지만

경호와 김상열이 함께한 순간부터 삐에로목소리가 사라지고, 경호를 삐에로로 확신하게 만들고 만다

그런 상황에서 병원에서 삐에로가 자신을 밝히는 순간은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

반전이 아니라 그렇고 그런 영화로 돌아가는 순간이 아닌가 싶었다

오히려 물건을 갖고 사라지고, 홍콩에서 만나는 마지막 장면만 나왔으면 멋진 반전을 이루지 않을까 싶다

유주얼서스펙트에서 절름발이로 조직에서 허드렛일을 하던 목격자가

경찰에서 목격자 진술을 끝내고 나가는 마지막 장면

카메라는 절름발이로 경찰서 계단을 내려가는 모습을 뒤따르고

점점 발의 간격에 변화가 생기면서 나중에는 보통의 사람 발걸음으로 진행하는 모습

그제서야 관객들은 카이저소제가 가공의 인물이 아니라 아무도 예상못한 그 절름발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영화의 반전은 이렇게 이루어져야 하는데

시크릿은 너무 친절하게 반전을 알려준 것 같아 아쉽다

 

그리고 두번째는 너무나 얽힌 갈등구조에 관한 문제다

조동철살인사건이라는 하나의 사건에서

김상열의 아내가 살인자로 몰리는 갈등관계가 핵심인데

곁가지로 나선 갈등관계가 너무 엃히다 보니 거짓말을 위한 거짓말처럼

톱니바퀴처럼 물리질 않고 따로 놀게되어 영화적 박진감이 떨어지고 말았다는 점이다

재칼은 조동철에 대한 형제의 복수심, 그보다 중요한 진짜 목적은 마약

석준은 조동철에게 압박당하는 채무관계

경호는 석준을 이용하여 조동철이 가진 마약을 탈취, 재칼의 눈을 피하기 위해 형사아내에게 누명

아내는 남편의 불륜과 딸아이의 죽음으로 남편 청부살해를 조동철에게 지시

조동철은 구철승에게 청부살인을 지시

구철승은 죽어가면서 아내의 청부살인을 형사에게 넌지시 흘리고

김상열은 정부로부터 애증의 협박을 당하고

아내는 남편의 정부를 진짜 살인하고

경호는 아내의 뒤를 밟아 진짜 살인사건 현장을 정리하고, 조동철 살인현장에 흔적을 남겨 형사아내에게 누명

석준은 혼자 물건을 빼돌려 경호를 배반하고

경호는 석준으로부터 물건을 되찾기위해 삐에로가 되어 김상열을 이용하고

재칼도 복수심을 내세워 사실은 물건을 회수하기 위해 김상열을 압박하고

결국은 너무 많이 물고 물리는 갈등구조가 오히려 독이 되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차승원의 연기

한석규가 주홍글씨에서 보여준 갈등구조만큼 연기력이 많이 미치지 못한 것 같다

내가 상당히 좋아하는 배우이기도 한 차승원

코믹한 연기가 너무 뇌리에 박혀서 그런지

시크릿같은 인간 본연의 욕망을 드러내는 감정표현이 요구되는 역이 다소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한석규처럼 비열해 보이는 눈빛, 목소리, 침뱉는 행동 등 진짜 형사처럼 보이는 느낌과 달리

이번 영화에서 차승원은 박수칠때떠나라에서 보여준 검사의 역할에서 별로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형사라기 보다는 검사같은 분위기가 시종일관 느껴진다

삐에로와 전화를 하면서 내뱉는 대사에서는 처절함이 그리 묻어나지도 않는다

아마도 코믹 배우라는 이미지를 본인도 많이 지워볼려고 노력을 하겠지만

좀더 내면에서 우러나는 연기를 펼칠 수 있도록 기대를 해본다

이장과군수, 광복절특사에서 보여준 차승원의 연기는 정말 좋았다

더욱 멋있는 배우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많은 기대를 한 영화가 다소 부족했다

윤재구 감독은 시리즈로 다섯편을 준비한다고 했다

이번이 두번째이다

시크릿의 말미에 아내에 대한 비밀스런 얘기를 경호를 통해 남겨두었다

아내의 비밀을 알고싶으면 연락하라고 하며 명함을 건네는 경호

그리고 명함을 구기다 결국 주머니에 넣는 김상열

아마도 다음은 아내에 관한 스릴러가 될 모양인 것 같다

다음에는 좀더 짜임새있는 영화가 되리라 기대하면서

윤재구감독의 세번째 영화가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아쉬움을 달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