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책읽기

김진명의 소설 신의죽음을 읽다

바다오리~ 2011. 1. 15. 21:14

서동진의 "자유의 의지, 자기계발의 의지"를 손에 잡은지 한참이 되었지만

방학을 하면서 버스에서 승용차로 출퇴근수단이 바뀌어

책읽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자꾸만 흥미를 읽어가고 있다

그러던 중 지난 주에 신문에 소개된 기사를 보았다

 

미국 CIA가 주목한 한국 소설가 - 한겨레신문, 1월12일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주목한 한국 소설가가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재미 독립언론인 안치용씨는 11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책으로 잘 알려진

소설가 김진명씨의 작품들이 CIA 의 홈페이지에 소개됐다는 글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렸다.

안씨의 글에 따르면 CIA는 2007년 ‘정보학’이라는 잡지 봄호에

김씨의 소설 ‘제3의 시나리오’와 ‘신의 죽음’등 2편의 작품을 소개하고 같은 내용을 CIA 홈페이지에도 올려 놓았다.

CIA가 영어로 번역되지도 않은 김씨의 소설에 관심을 기울였다는 점은 주목을 끈다.

김씨의 소설 내용 가운데 실제 상황을 보여주는 대목이 있지 않을까 추측이 가능한 부분이다.

아니면 CIA가 이 소설을 통해 미국의 동아시아전략과 CIA의 활동을 바라보는 한국인의 시각을 읽으려고 했을 수도 있다.

이유야 어쨌든 CIA는 ‘제3의 시나리오’와 ‘신의 죽음’ 등 김진명씨의 소설 2건에 대한 줄거리를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했으며 말미에는 2007년초까지의 그의 작품 리스트를 덧붙였다고 안치용씨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적었다.

‘정보학’은 CIA가 연 4회 발간하는 계간지로 스파이 관련 소설이나 논픽션, 회고록 등 정보학 관련 서적들을 매회 소개하고 있다.

김진명 장편소설 "신의죽음", 2006년 4월 출판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라는 책으로 문단에 나오면서 베스트셀러작가가 된 분이다

별로 내용이 와닿지 않아 좋아하지 않고

한번도 읽어보지 않았는데

신문기사를 보는 순간 갑자기 책을 읽고싶었다

도대체 무슨 내용이기에 미국중앙정보부가 주목을 할까하는 궁금증이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 급하게 도서관을 통해 책을 수배해보니 "신의죽음"이 있다

"제3의시나리오"는 아직 대출중이어서 못 읽었다

어제 저녁에 신의죽음을 먼저 빌려서 오늘까지 읽었다

그동안 사회과학 서적만 보다가 소설을 보니 정말 술술 잘 읽힌다

글씨도 크고, 내용전개도 머리속에 잘 그려지고

가끔씩 소설책으로 기분 전환을 해 볼만하다

 

"신의죽음"은 중국의 동북공정에 관한 이야기다

넌픽션의 형식을 빌린 소설이다

그래서 당시의 실존 인물들이 그대로 등장한다

중국이 왜 동북공정을 통해 고구려역사와 한국고대사를 왜곡하는지

당사자인 한반도는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동북아의 패권을 쥔 미국은 어떻게 대응하는지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상당히 그럴듯한 얼개를 가지고 있다

 

전체적으로 본다면 소설의 구상은 상당히 좋다

그러나 전개 과정은 한마디로 별로다

영화로 치면 좋은 구상을 시나리오로 잘 옮기지 못하고

시간에 쫓껴 허둥지둥 찍은 B급 영화같은 느낌이다

흥미진진하게 진행되던 사건 전개가 결론에 이르러 황당하게 끝난다

천하무적 특수요원 능가하는 첩보 실력을 보여주던 일개 교수가

갑자기 김정일에게 휴대 전화로 전말을 알려서 끝을 낸다는 결론

 

상당히 많은 부분 취재를 통해 역사적 사실을 수집한 작가의 노력을 통해 나온 작품이다

그런데 작가는 너무 성미가 급한 모양인지

아니면 베스트셀러를 하겠다는 출판사와 작가의 의기투합인지

너무 설익은 작품을 내 놓은 듯하다

좀더 숙성시키고 다듬고 다듬어 작품을 낸다면

얼개가 치밀하게 짜여진 좋은 작품이 될 것 같은데 아쉽다

 

아마도 미국중앙정보부가 이 책을 주목하는 이유는

911테러가 일어났을 당시 미국정부가 할리우드 감독을 불러다

정말 이런 테러가 일어날 수 있는지 물었던 것을 상기해본다

정보기관은 수많은 첩보사실을 가지고 정보를 유추해야 하는데

이때 사실에 기반한 상상력이 필요해진다

상상력이 없다면 논리적인 첩보조합만을 기계적으로 하게되고

그러면 정작 중요한 내용을 놓치고 만다

인간적인 상상력은 기계가 아닌 인간만 할 수 있으므로

그래서 동북아시아를 향한 작가의 상상력을 상당히 주의깊게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 점에서 이책의 상상력은 상당히 구체적이어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몇가지 눈에 거슬리는 대목들이 있다

첫째는 관용적으로 표현하는 "종내에는"이라는 단어다

결국, 끝내 이런뜻을 가진 내용인데

굳이 이런 표현을 계속 할 필요가 있나 싶다

 

둘째는 작가의 개인적인 편견을 직접 표현하는 것 같아 거슬린다

고구려학회를 위해 한국을 찾은 북한의 학자가 연회에서 막걸리를 찾자, 주최자가 대신 맥주를 권한는 장면에서

"그럼 카스맥준지, 가스맥준지가 그렇게 톡 쏜다면서"라는 대목이 나온다

카스의 맥주광고 카피를 그대로 차용해 왓다

영화나 드라마로 치면 간접광고인데, 소설도 이렇게 하는지 의문스럽다

그리고 "지금까지 가장 개끗한 대통령후보 이회창"이라는 대목도 있다

굳이 실명을 직접 거론하면서 이렇게 할 필요가 있을까, 작품 내용과는 전혀 필요없는 부분인데

 

전반적으로 책은 구상은 좋지만

내용은 그냥 대중 소설에 그쳐서 아쉽다

다음에는 빨리 작품을 내기 보다는 더욱 숙성을 시켜

치밀한 작품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제3의시나리오"도 빨리 읽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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