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배낭여행

쉴터호른 - 딸과 함께 유럽배낭여행

바다오리~ 2012. 8. 17. 23:31

베네치아에서 16시20분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달리고 달려

국경을 넘어 스위스로 들어간다

이탈리아와 국경지역에 위치한 스위스 브릭(Brieg)에 21시16분에 도착한다

국경을 넘었으니 여권에 도장이라도 찍어주기를 간절히 고대했으나

역시나 무덤덤하게 아무런 반응 없고

열차를 갈아타기위해 내린 역에는 독일어 쓰는 스위스 역무원만 있다

4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기차를 갈아타야 하기에 잔뜩 긴장하고

플랫폼이 어딘가 두리번 두리번 하면서 역에 진입했는데

그냥 친절하게 같은 플랫폼 반대편에 기차가 대기하고 있다

그냥 내려서 한 10미터 직진해서 그냥 열차 탑승

여행 준비하면서 제일 긴장했던 4분만에 열차 갈아타기

그동안 준비와 긴장에 비례해서 너무나 허탈한 현장

혹시나 해서 역무원에게 물어보니 이 기차 맞다고

30분을 어둠속에 달려서 슈피츠에 도착한다

여기서 다시 인터라켄 들어가는 기차를 갈아타야 하는데

이놈은 바로 연결되지 않고 한시간 간격 배차라서 한 30분을 기다린다

역무원 아무도 없는 기차역에서 손님들만 서성인다

그리고 기다린 시간도 허탈하게 10분이면 도착한다. 인터라켄에

시간은 이미 밤 11시에 가까워 오지만

인터라켄의 작은 시내는 사람들로 시끌벅적하다

다행히 스위스는 세계최고의 안전을 보장하는 나라여서

밤이 깊어도 전혀 문제가 없고 특히나 알프스 산속의 인터라켄은 더욱 마음이 놓인다

그리고 우리나라 강원도 태백처럼 그냥 도시가 시원해서 좋다

 

다음날 아침 일찍 기상을 해서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는 바로 산으로 향한다

쉴터호른을 오르기위해 할인쿠폰을 구입해야 하는데

그것은 인터라켄 동역(Ost)이 아니라 대리점에서 직접해야 한다

호텔에 물어보니 그냥 길건너 가라고 한다

우리 호텔 바로 앞에 대리점이 있다

아침 8시10분 이제야 문열고 준비하는 아가씨한테 한국에서 프린트한 할인권을 보여주고 티켓을 구입한다

그리고 인터라켄 동역까지 시내를 가로질러 한 1킬로를 걸어간다

호텔에서 인터라켄 시내버스를 마음껏 타고 다니는 쿠폰을 줬는데

그냥 신선한 알프스의 공기가 너무 좋아 구경삼아 걷는다

 

역에 도착해서 시간을 보니 9시5분 기차가 바로 있다

원래 계획은 25분 기차를 탈 예정이었는데, 티켓구입이 빨라지게 되어 시간을 벌었다

한 10분 기다린후 기차를 타고 라우터브루넨으로 가는데 사람들로 열차가 꽉찬다

라우터브루넨에서 사람들이 갈라진다

우리처럼 쉴터호른 가는사람들은 역을 나서서 그리취알프로 곤돌라를 타고

융프라우로 가는 사람들은 등산열차를 타고간다

거의 대부분이 융프라우로 향하고 등산할 복장을 갖춘 나이든 사람들

관광객처럼 보이지 않는 유럽사람들은 쉴터호른으로 향한다

우리가 탄 차에서 한국인은 우리뿐이고

같은 아시아인은 일본인 중년부부 계모임같은 한팀이랑 같이 간다

여기는 하이킹을 할 수 있는 곳이라 그런지 등산객이 많은 모양이다

 

라우터브루넨에서 그리취알프까지는 직선으로 잠깐 곤돌라로 오르고

그리취알프에서 뮤렌까지는 2칸짜리 작은 등산열차를 타고 이동한다

그리고 뮤렌에 도착해서는 역에서 내려 곤돌라 타는 곳까지 한참을 걸어간다

마을을 다 지나면 끝에 곤돌라 타는 곳이 나온다

일본인 중년부부 모임은 가이드가 있는데

얼마나 말이 많은지 시끄럽고, 뮤렌역에서 곤돌라타는 곳까지 빨리빨리 하면서 후다닥 간다

우리는 그냥 융프라우를 구경하면서 청정마을 뮤렌을 구경하면서

쉬엄쉬엄 맨꼴지로 갔는데 다들 곤돌라역에서 기다리고 있다

어차피 이곳은 융프라우에 비하면 거의 사람들이 없는 곳이라 여유가 많은 모양이다

드디어 곤돌라를 타고 비륵을 거쳐 쉴터호른 정상에 도착한 시간은 10시20분정도

거의 3천미터에 달하는 곳이라 사진찍느라 마구 돌아다니다

계단을 오르려고 하니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어질거린다

이게 고산병인가, 천천히 쉬면서 계단을 오르고 가급적 천천히 움직인다

전날 베네치아에서 구입한 물과 쵸코렛, 포도를 먹으면서 휴식을 취한다

은진이는 그냥 스위스 좋다고 난리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사진 찍느라 난리다

 

쉴터호른 정상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을 보니 존경스럽다

아찔한 계곡사이로 지나갈려면 공기흐름이 만만치 않아서 위험해 보이던데

다들 멋있게 내려간다

은진이도 페러글라이딩에 빠져서 타보고 싶다고 성화를 부린다

 

한여름이지만 쉴터호른 정상의 기온은 섭씨4도

거기에 바람의 영향을 고려하면 체감은 더 떨어져서

가지고 간 윈드자켓을 입고 있어도 시간이 많이 흐르면서 추워진다

원래 이곳 정상에서 찬 한잔 하면서 360도 회전하면서 알프스를 감상할려고 했는데

뷔페식당이 영업중이다. 친절하게 한국어 메뉴도 있지만

가격과 음식을 보니 우리 입맛에는 별로여서 그냥 내려간다

청정마을 뮤렌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1시간 30분 정도를 머무르는 동안 정말 환상적이다

내려가기 싫지만 내려간다

 

 

인터라켄의 상징 세 봉우리 - 왼쪽부터 아이거, 뮈니히, 융프라우

 

 

인터라켄 시내 잔디광장에서 바라본 융프라우 - 스위스다운 풍경

처음에는 너무나 고요하고 아름답지만, 시간이 지나면 너무 무미건조해지는 느낌

자연과 내가 물아일체가 되는 것이아니라 자연의 일부가 될 듯한 내 자신이 싫어진다는 느낌

인간과 부대끼는 인간이 되고싶다, 나 돌아갈래! 인간세계로

 

 

우리가 묶은 호텔, 우리방 밖 베란다에 캐릭터 소가 있었다

알프스의 또 다른 상징 소

 

 

중국사람들처럼 시끄러웠던 일본인들과 가이드 여성(이분은 거의 경상도 아지매같은 느낌이)

일본에서는 조용하더니 아무도 없는 외국이라 그냥 시끄럽다

일본인들의 이중성 자신의 마음 혼내와 겉으로 드러내는 마음 다테마에

일본에서는 다테마에로 표현을 한다면 여기서는 그냥 혼내를 드러내는 모양이다

사무라이 시대 혼내를 드러냈다가는 하루아침에 주인이 바꿔어 그냥 죽임을 당하는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혼내를 숨기면 살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하여간 일본 사람들도 상당히 시끄럽고 무질서 하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면서

 

 

우리는 등산열차를 타고 이동하고, 밖에는 알프스에서 조깅을 즐기는 우리보다 더 멋진 커플, 부럽다

 

 

뮤렌, 열차에서 다시 곤돌라로 갈아타기 위해 이동을 하는데 아이와 함께온 젊은 부부

우리 은진이도 쟤보다 좀 더 클때 내가 업고 창녕 화왕산을 올랐지 

 

 

소 여물통 같은데 샘물이 졸졸졸, 우연하게 내려올 때 이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물통에 끌렸나

산이라 그런지 물 인심 좋다. 내려 올 때 우리도 여기서 알프스 샘물을 담아서......

 

 

뮤렌에서 저 바위산 비륵으로 곤돌라가 오른다

 

 

앞에서 본 바위산 비륵에서 이제 정상을 향해 마지막 곤돌라를 탄다

 

 

위 사진과 반대로 정상에서 바라본 비륵

 

 

 

 

정상에서의 다양한 모습들

 

 

하이힐 신고는 걷지 말라는 경고판 - 한라산도 하이힐신고 오르는 사람들 골친데

여기도 하이힐신고 올라와 겁없이 걸어 내여가는 사람들 있나보다

앞에서 본 비륵까지 한 30분정도 걸으면 되니까

 

 

멀리 베네치아에서 가져온 포도 - 융프라우와 아이거에게 바친다. 그리고 우리가 먹는다.

 

 

쉴터호른 정상에서 비륵으로 내려 가는 하이킹 길 - 차마고도의 길처럼 보인다

 

 

아이거의 상징 NorthFace와 비륵

세계3대 절벽으로 불린다는 아이거북벽, 아이거 왼쪽 측면의 시커먼 부분

조난사고가 가장 많은 산 중의 하나라고 하는데

우리가 한국에 오고나서 저기서 한국인 동호회 멤버가 내려오다 조난사고를 당해 유명을 달리했다고 한다

그만큼 저산은 아름답지만 무서운 산이다

그냥 나는 구경만 하는 것으로도 만족한다

요즘 아이들에게 등골브레이커로 알려진 등산복, NorthFace가 바로 저건데

사람들은 그 의미를 알고 그 옷을 입지는 않겠지

"목숨을 내놓는 극한의 환경에서 견디는 장비"

 

 

 

 

쉴터호른 정상 바위틈에도 이렇게 예쁜 꽃들이 피어있다. 에델바이스는 아니겠고, 그런 비슷한 종류들이 아닐까?

 

 

 

이제 우리가 내려 가면 유람선을 타고 구경할 툰 호수, 그리고 저끝에 보이는 도시는 툰

독일어로 호수발음은 "제"(see) '툰제'에 대해 뭔가 인문학적인 것이 머리속에 박혀있는데

대학을 졸업한지 20년이 지나 그게 뭔지는 모르겠고, 아직도 막연히 툰제하면 뭔가 동경이 떠올라

인터라켄에 있는 두개의 호수중 툰제를 유람하기로 선택하였다

 

 

 

사진에 흠뻑빠져 이리저리 돌아다니시는 우리딸. 한시간이 흘러 다가오더니 "아빠 이제 가자"

참 덤덤한 말투로, 이게 알프스를 바라보고 할 말이야

 

 

내려올때는 뮤렌에서 김멀발트로 하이킹을 하고

김멀발트에서 슈텍헬베륵으로 곤돌라를 타고 내려오는데

이게 사진처럼 그냥 절벽을 수직하강

처음부터 그랬으면 마음을 단단히 했으련만

출발하고 얼마뒤 갑자기 밑에 뭔가 보이지 않는것 같더니

그냥 깍아지른 절벽을 옆으로 보면서 저 푸른 초원으로 "0번 올빼미 하강 준비끝"

하필 우리는 맨앞에 서 있는데, 순간 도저히 볼 수 없어 눈을 돌렸더니

옆에있던 프랑스 아줌마 좋아서 웃고 놀리고 난리다

그래도 옆에서 웃고 장난쳐준 덕분에 진정하고 반쯤 내려올 무렵 이 사진을 찍었다

우리딸 역시 무덤덤하게 잘 보고 사진찍고 그냥 내려온다

지 엄마 닮아 이런거는 겁이 없다

 

참 평화로운 스위스 마을이다 - 융프라우와 쉴터호른을 사이에 두고 깊은 계곡에 있는 마을, 슈텍헬베륵

이곳에는 융프라우의 빙하에서 쏟아지는 빙하폭포가 있다

그리고 사진 오른쪽에 흐르는 강물이 빙하에서 흘러내려오는 빙하수계곡물이다

그런데 깨끗하지는 않고 허옇다

물에 허연 가루를 풀어논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