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배낭여행

앵발리드 - 딸과 함께 유럽배낭여행

바다오리~ 2012. 8. 23. 00:06

오전에 세느강 북쪽에서 박물관 미술관을 보고

콩코드광장에서 알렉산더3세교를 건너 세느강 남쪽으로 내려간다

다리를 건너면 프랑스국회의사당이 있다

우리나라 국회의사당처럼 무지막지하게 큰 것이 아니라

절대왕정시대부터 내려오던 크지 않은 건물이다

그 건물을 따라 내려가면 작은 광장이 나오고 후문같은 분위기의 문이 있다

골목과 바로 연결된 국회의사당

거대한 잔디밭과 담으로 격리된 그들만의 리그 같은 우리나라의 국회의사당과 달리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사당으로서의 느낌이 절로난다

 

건물과 건물 사이의 좁은 골목길을 쭈욱 내려가면

앵발리드가 나온다

앵발리드는 전쟁에서 돌아온 병들고 지친 군인들을 위해 지은 건물이라고 한다

지금은 군사박물관등으로 사용하고

프랑스 군인의 상징인 나폴레옹황제의 무덤이 있다

앵발리드의 상징 황금색돔 아래 붉은 석관에서 조용히 잠들어 있다

앵발리드의 황금색 돔은 파리시내 중심가 어디에서나 보인다

 

앵발리드 작게보고 갔다가는 여기서 낭패를 본다

일단 여기도 18세이하 아이들은 무료인데

티켓창구에 가서 무료티켓을 받아야 입장이 가능하다

뮤지엄패스는 당연히 그냥 통과이고

유럽의 건물들이 대부분 외부에서 보면 직사각형의 빡빡한 건물로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사실 가운데는 대부분 비어있다

광장이나 정원으로 꾸며진 것이다

건물은 그냥 직사각형으로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형태이다

그래서 큰 건물은 광장과 건물이 어우러져 멋있고

작은 건물은 정원과 건물이 아늑하게 어우러져 좋다

 

군사박물관은 과거 장비부터 현대의 장비까지 전시가 되어있다

프랑스 군대의 특징은 세계에서도 참 독특한 집단이 아닐까 생각된다

아마도 세계에서 제복이 가장 아름다운 군대가 아닐까 생각되고

반면에 전투력은 뭐 그다지 출중하지 못한 군대가 아닐까 생각된다

다만 아프리카를 종단으로 내려가면서 지배를 한 덕분에

그 쪽에서의 전투력은 상당히 강했고

또한 아프리카의 호전적인 부족들을 상대하느라 강한 군대의 필요성으로 만든 외인부대가

아직도 세계에서 현존하는 특수부대중 가장 강하다는 특징을 가진다

그러나 외인부대의 구성원은 프랑스 사람들이 주축이 아니라는 것이

프랑스 군대의 실상을 콕 찝어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반도가 지정학적 위치로 전쟁을 많이 겪었듯이

프랑스도 그러한 이유로 스스로 전쟁을 하기도 하고, 당하기도 하였다

옛날 국어책에 나오던 알퐁스 도데의 "별"

프랑스어로 수업하는 마지막 수업장면을 써내려간 소설이었나 수필이었나 기억이 나질 않지만

바로 그 무대가 알사스 로렌지방이다(불어로)

그러나 여기는 독일과 접경으로 서로 주고 받던 곳이다

독일어로는 루르 공업지대가 이곳이다

산악지역이어서 풍부한 지하자원이 매장된 곳이고 특히 철광석이 주종이지 아마도

산업화로 인해 철광석은 무기 생산에 주요한 원료이므로

서로가 절대 양보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이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별"에 나오는 것처럼 독일어를 쓰다가

어느날 갑자기 프랑스어로 수업하고, 그리고 다시 독일어로 수업하고 하는 혼란을 겪는다

 

독일과 프랑스는 철천지 원수지간이다

독일은 세계로 나가기 위해서는 바다가 없는거나 마찬가지다

독일 북부의 베스트팔렌주에 유일한 바다가 있지만 작다

그래서 프랑스를 삼키면 노르망디의 대서양과 프랑스 남부의 지중해가 그냥 들어온다

그러니 호시탐탐 프랑스를 노리게 되고

프랑스는 그런 독일의 의도를 잘 아니까 더욱 불안하고

 

이런 상황을 이해하고 앵발리드의 군사박물관을 본다면

세계사의 한 부분을 이해하는 상당히 유익한 시간이 되지않나 싶다

그리고 덤으로 프랑스 군대의 독특한 복장 변천사를 볼거리로 즐길 수 있다

 

 

 

프랑스 국회의사당

 

 

국회의사당 앞 골목길, 이길로 쭉 내려가면 앵발리드앞 광장이

 

 

앵발리드 - 군사관련 박물관답게 대포가 건물을 지키고 있고, 출입구는 군인들이 지킨다

 

 

넓은 앞마당을 지나면 나오는 건물의 입구이자, 박물관 출입구

우리처럼 입구가 요란하게 표시되지 않는다

유럽의 건물들은 국립로마박물관처럼 출입구 못찾아 헤맬 수 있다

 

 

입구를 들어서면 건물안 광장이 나온다. 지금도 여기서는 군사 퍼레이드를 한다고 하는데, 언제 하지?

 

 

전쟁에 희생된 병사들을 위해 만든 교회라고 하는데, 다른 교회와 달리 깃발이 펄럭인다

 

 

 

군대에 걸맞게 파이프오르간이 절도있게 디자인 된 것 같다

 

 

 

프랑스 군대를 잘 표현해 주는 상징물

아마도 장군들을 위한 휴대용 식사도구 같은데

사실 프랑스 지휘관들 전쟁영화보면 밥먹고 후식먹는데 옆에서 포 떨어져도 커피 기다린다

그러다 포로로 잡히면 밥이 시원찮다고 투정 부리고

포로지만 우아하게 폼 잡고 그런다

반면에 독일군 밥도 안먹고 공격하고, 포로로 잡히면 찍소리 안하고 있다가 도망갈 궁리만 한다(다시 전투 현장으로 복귀할려고)

그런데 이게 요즘 레저용품으로는 제격이다

역시 인간사 새옹지마라고, 요즘은 프랑스 군대용품이 뜬다. 전쟁에 져도

나도 이런거 하나 갖고, 밖에서 우아함을 부리고 싶다

특히 저 작은 버너와 코펠 진짜 마음에 든다

 

 

그리고 중요한 사진 한장 - 이게 도대체 무슨 총인가?

이게 바로 1차세계대전을 한마디로 표현해 주는 중요한 사진

1차세계대전은 현대 보병전술의 초기 단계로, 길게 참호를 파고 참호에서 적과 대치하는 참호전이었다

벌판에서 말타고 돌아다니다, 총이 나오니까 더 이상 말타고 벌판을 돌아다니면 그냥 저 세상으로

그래서 다들 당파고 들어가 고개만 내밀고 적에게 살며시 총으로 한방, 그리고 앞으로 전진

이러니 이게 전쟁이 시간 가는줄 모르고 느려터진다

참호밖으로 나가면 총맞아 죽으니까 아무도 안 나가고

그냥 주구장창 참호속에서 시간만 죽이는 지리한 전쟁이 지속된다

그때 참호속에서 고개 내밀고 총쏘다가 적군의 총에 맞아 죽을일 없게 만든 발명품이 바로 이 사진속 총이다

잠망경 원리를 총에 달아 총만 참호밖으로 내밀고 자신은 참호속에서 프리즘으로 밖을 보는 것이다

전쟁 치고는 참 우아하게 하던 시절에 어울리는 총이다

이때는 수직개념만 사용했는데, 요즘 대테러전에 쓰는 총은 수직과 수평 개념을 다 도입해서

꺽이는 관절에 권총을 삽입하고 디지털 화면을 보면서 적을 제압하는 총으로 발전했다

골목에서 총구 내밀고 펑, 참호같은 곳에서 위로 내밀고 펑

인간은 전쟁을 통해 발전한다, 어쩔수 없다

 

 

군대에서 의식 행사를 할 때 장교들이 차는 예도

이건 그냥 예도가 아니고 진짜 나폴레옹시대 장군들이 차던 칼

하나 주면 안되나, 고이 간직하게

 

 

앵발리드의 공식이름은 나폴레옹황제의 무덤 - 바로 그 나폴레옹황제의 석관이다

저 속에 진짜 관이 들어있다

우리처럼 흙으로 무덤을 만들면 별로 실감이 나지 않는데

이렇게 석관으로 공개를 하니 마치 같은 시대를 사는 것처럼 실감이 난다

나폴레옹황제가 바로 어제 장례를 치른 것처럼

이게 우리와 다른 가치관의 한 단면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바로 앞에 보이는 우측 계단으로 내려가면 나폴레옹황제의 무덤이다

 

 

 

 

바로 그 화려한 황금색 돔이 이것이다

돔의 안쪽에도 황금으로 화려하게 치장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