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영화보기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

바다오리~ 2015. 6. 16. 23:57

지난 주말 정말 오랫만에 영화를 보았다

여러가지 개인사정과 여건으로 극장을 찾을 기회가 없었다

한번 극장을 가야지 하는 찰나에

오랫만에 기숙사에서 돌아온 딸아이가 "매드맥스"를 보고 싶다고 해서

그러면 다같이 보러 가자고 예약을 하는데

딸아이가 한마디 한다

"아빠도 가게, 아빠가 좋아하는 스타일 아닌데"

내가 좋아하는 영화 스타일

갑자기 딸아이는 나의 영화관을 어떻게 보는지 의문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스타일은 과연 무엇일까

영화를 보고나면 뭔가 생각할 여운이 남는 영화만 좋아하는건가


하여간

그냥 오랫만에 온가족이 같이 보고자 매드맥스를 선택했다

그리고 이번 매드맥스가 상당히 여운이 클 것이라는 평들을 본 적이 있어서

선택하게 된 점도 있다


사실 매드맥스 원판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주장하는 내용이 너무나 극단적이고 정제되지 않은 거친면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런데 이번 영화는 상당히 정제된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결국 선택은 옳았다

영화가 끝나고 나오면서 딸아이에게 물었다

왜 선택했냐고

"그냥 사막에서 달리는 차들을 보고 싶어서

달리는 모습이 너무 시원해서"

우리딸도 고등학교 2학년이 지나면서 많이 힘든가보다

요즘 청소년들이 다들 힘들겠지만

잠시나마 영화가 아이들에게 시원함을 선사해주면 좋겠다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

매드맥스 하면 떠오르는 것은 오스트레일리아

80년대 외국영화는 당연히 할리우드여야 하는 시절이었는데

감독이나 배우가 모두 당시에는 생소한 오스트레일리아라는 것만 머리에 남고

영화는 그저 그런 컬쳐무비같은 느낌이어서

방송에서 보여줘도 잘 안보던 영화였는데

이번 영화는 사실 영화관에서 처음으로 본 매드맥스 시리즈다

세월이 흘러

촬영기술이 발달한 영향도 있겠지만

나이가 들어 삶의 깊이가 훨씬 깊게 묻어나는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단순한 내용을 2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정말 복잡하게 엮어낸다

할리우드가 추구하는 볼거리위주 영화로서도 손색없고

유럽영화들이 추구하는 울림도 엔딩과 함께 크게 다가온다

정말 오랫만에 좋은 영화를 보았다


“Where must we go, we who wander this wasteland, in search of our better selves?"

(이 황무지를 헤매는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위하여 가야할 곳은 어디인가?) 

- The first history man (최초의 인류)


영화가 끝나면 나오는 마지막 자막이 아직도 머리를 맴돈다

지금 우리의 현실처럼

과연 우리의 지금은 어디로 가는 것인가

그 길이 더나은 삶을 보장해 주는 것인가하는 의문이 자꾸만 든다


영화가 시작할 때 나오는 자막

"희망없는 세상 미친놈만 살아 남는다"

정말 살아남기 위해 미친듯이 세상끝을 향해 달려보지만

결국은 제자리

지금까지 달려온 보람도 없이

결국 벗어나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 속박되는 현실

그 현실을 깨기위해서는

벗어나는게 아니라 프레임을 바꾸는 것임을 알려준다


지금 우리나라도

피로에 젖은 외면이 아니라

맞서 싸우는 용기가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하는 울림을 준다




난 너희들의 구원자다

우리가 흔히 듣던 소리다

결국 구원자는 구원을 원하는 민초들의 피로 먹고사는 흡혈귀일 뿐이라는 것

구원을 원하는 사람이 필요하지 구원할 생각은 없다는 것



영화를 보면서 즐거움을 선사해 주던 화면 중앙의 스피커차량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투현장에 꼭 필요한 장비 - 음악

아군에게 사기를 북돋아 주고

적군의 분열을 조장하는 문화선동대

이걸 보면서 느낀 것은 역시 음악은 지구가 멸망해도 꼭 필요하구나

음악인이 먹고사는데 힘들지 몰라도

아마도 생명력은 제일 긴것이 아닐까 싶다 ㅋㅋㅋ

그리고

빨간기타리스트

감독의 신의 한수 아닐까

기존 질서에 저항하는 락음악의 정신과

붉은색 옷, 불을 뿜어내는 기타

헤미메탈을 상징하는 거대한 스피커들

피가 튀기는 거친 전투씬을 유머러스하게 해주면서도 주장은 강렬하게 전달되는 것 같다




영화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레이싱장면

종말이라는 미래의 상황

전투는 역시 사람과 사람이 직접 부딪히는 원시적인 형태로

마치 로마시대 전차와 보병이 전투하는 느낌으로

정말 이 장면은 화면이 더욱 커야 제맛이 아닐까


간만에

다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