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영화보기

내부자들 : 디 오리지널

바다오리~ 2015. 12. 31. 23:27

양력과세

설 제사 준비하느라 오전과 오후를 보내고

갑자기 영화나 보러갈까

지난번 볼려고 했다가 못 본 "내부자들"

이미 영화는 내려갔고

핸드폰으로 검색을 하던 집사람왈 "16시10분에 내부자들 하는데"

세수도 안하고 대충 옷입고 후다닥 달려가서 보았다

 

 

우리는 영화가 끝날때까지 몰랐다

그냥 우리가 못 보고 지나간 영화가 연말을 맞아 다시 올라온 줄 알았다

영화보고 나오니까 19시20분이 지났다

원래 이 영화 긴줄 알았는데

세시간씩이나 갈 줄은 몰랐다면서 집에 왔는데

그리고 오프닝이 올라갈 때 화면에 나오는 "내부자들 : 디 오리지널"

이거 보면서 잠시 생각했다

"오리지널이라고 하면 다음 속편이 있나" 이 정도

 

그런데 집에와서 블로그 글 쓸려고 사진 다운받다가 알았다

이게 사실은 오늘 개봉한 감독판 오리지널이란걸

"지옥의 묵시록" 감독판이래

한국영화에서 감독판이 재개봉하는 이런 경사가

그리고 우리는 본편을 못보고 지나간 덕분에

원작에 더 가까운 오리지널을 개봉일에 보는 행운을

 

 

장장 세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극장문을 지나고 나서야 시간의 흐름을 느낄 정도로

백윤식, 이병헌의 연기가 숨막힌다

 

 

"범죄의 재구성"에서 보여준 백윤식의 무미건조한 표정의 대사

"너는 생각하지마, 생각은 내가 해"

이강희라는 캐릭터

역시 백윤식의 그 무미건조한 표정, 목소리가 만들어냈다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잠시 정적이 흐른후 나타나는 이강희의 독백

무시무시한 현실의 세계를 일깨워준다

 

이강희역을 맡은 백윤식이 내 뱉는 대사 중

"다 자기가 주인공인줄 아는데, 영화가 끝나야 주연인지 조연인지 안다"

참 의미심장한 말이다

누구나 권력을 쫓아 개가 되기를 주저하지 않는 세상

자기가 주인공인줄 알았는데

권력의 끝에서는 그저 조연일뿐

단역인지, 조연인지

권력을 누리는 시간의 차이일 뿐, 역시나 권력의 개일 뿐이다

권력에 빌 붙는 개들만 줄어들면 그나마 사회가 지금보다는 정의롭지 않을까

 

 

 

 

 

 

안상구라는 조폭을 연기한 이병헌

이병헌이 사생활로 시끄럽지만

역시나 연기는 정말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다

이번 영화에서는 상황별로 완전히 다른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해낸다

전혀다른 인물을 1인 3역으로 펼친 것 같은 연기

이병헌의 그 눈빛

남자가 봐도 정말 매력적이다

이병헌과 연기를 펼친 상대 여배우들이

그 눈빛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는 기사가 정말 헛말이 아닐 것 같다

 

조승우가 연기한 검사

이강희, 안상구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주는 정도

연기에 비해 캐릭터가 살아갈 틈이 별로 없다

워낙 이강희, 안상구의 대립이 치밀해서

 

그리고 이 작품도 윤태호의 웹툰이 원작이었다고 한다

웹툰도 화면을 통해 호소하는 정지된 동영상의 형태이니까

영화에서 해석이 별로 어색함이 없다

웹툰에서 그려진 원작을 콘티삼아 시나리오 작업하면 되니까

그래서 그런지

화면에서도 원작의 디테일이 그대로 보여지는 듯 하다

 

가장 인상깊은 장면은

검사가 피의자를 취조하는 심문실 장면

피의자를 압박하기위해

창도 없는 심문실에 피의자를 방치하는 장면

한 컷으로 그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기위해 쓴 방법

화면 왼쪽 상단에 나타나는 CCTV 작동시간

은행장을 심문할 때

이강희를 심문할 때

두번 다 검사는 1:12:30.00에 심문실에 들어간다

장장 1시간을 피의자 혼자 심문실에 가둬놓고 압박하는 상황을

시간의 흐름으로 표현하는 디테일

 

그리고 우민호감독

"파괴된 사나이들"에서 대단함을 느꼈는데

역시 이번 영화도 그가 감독임을

"파괴된 사나이"의 가장 충격적 장면이

아이 엄마가 아이를 찾는 전단을 뿌리다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장면

마치 영화를 보던 관객이

교통사고를 직접 당하는 생생함을 느꼈던 그 공포

이본 영화에서는

은행장이 검찰 조사과정에서 투신하는 그 장면

차 유리창에 비치는 모습

누군가 차를 향해 달려오는 빠른 모습이 스치고 지나가듯

뒤이어 오는 클로즈업과 유리창깨지는 굉음

그리고 투신한 층으로 줌아웃되면서 처절하게 죽어있는 사람의 모습

시간의 역순으로 보여지는 투신장면이

시간순으로 보여주는 투신 장면보다 더 충격적이다

 

화면이라는 원작 웹툰에 못지않은

영상의 디테일이 살아있는 영화인 것 같다

그리고

무거운 주제지만

관객이 좀 더 진중하게 고민할 가치를 전해주는 것 같다

 

경남도지사가 페이스북에 감상평을 올려주는 덕분에 한마디 보태면

"영화로 인해 사회 지도층들이 전부 파렴치범으로 보여진다"

굳이 흥분하실 필요는 없는데

오프닝 크레딧에 나온다

"이 영화는 영화일 뿐, 혹시나 비슷한 사람이 있어도 그건 영화랑 상관없다"

극중

집권여당의 유력 대선후보가

6공화국때 조폭소탕과 카지노소탕으로 유명한 검사 출신이라는 것 때문에

감정이입하셔서 흥분하실 필요가 없지 않을까

아마도 집권여당의 유력한 대선후보가 되실 것 같지는 않아 보이는 것으로 여겨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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