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영화보기

브루클린의 멋진 주말

바다오리~ 2016. 1. 25. 13:38


브루클린의 멋진 주말

오랫만에 잔잔한 한편의 드라마를 보았다

지금 상황에서 가슴을 진정시키는데 도움이 되었다


"Blizzard 2016"

미국 동부지역에 불어닥친 한파 상황을 미국은 비상사태로 선포하고

CNN은 Blizzard 2016이라는 용어로 현상황을 사람들이 정확히 판단하도록 정보를 주는데

우리는 그저 평소와 다름없이 겨울이면 찾아오는 서해안 폭설 정도로만 대응하는 듯 하다

이게 사실은 태풍이 겨울에 온 것으로 봐야되는 재난상황인데도

덕분에 대구 왔다가 제주공항 폐쇄로 강제휴가 중이다


지난 일요일 대구공항에 직접가서 26일 오후 비행기로 겨우 변경하고

흥분된 마음으로 우왕좌왕하는데

애엄마가 영화나 보러가자고 해서

아무생각없이 애엄마가 보고싶다는 영화를 썩 내키지않았지만

달리 선택할 영화도 없어서 보았다



"브루클린의 멋진 주말"

영화가 끝나고 나오면서 애엄마의 탁월한 안목을 고마워했다

잔잔하게 흐르는 드라마 속에서

시대상황을 녹여내는 생각할 거리와

우리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볼 여유를 주는 잔잔한 음악

미국 그리고 뉴욕을 다시보게 되는 등

상당히 좋은 영화가 아닌가 싶다


일단 영화가 좋은 점은

황혼에 접어든 배우들이 주연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손이 투박해지고 얼굴이 쪼글쪼글해지는 여배우가 주인공으로

우리영화 "시"에서 윤정희님처럼

연륜이 묻어나는 연기자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느낄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도로시"라는 애완견을 두고 벌이는 부부의 대화가 리얼해서

마치 우리부부를 보는 것 같아서

영화속에서 아내에게 도로시는 자식을 대신하는데

남편은 그냥 적적한 아내를 위해 선물한 애완견이었을뿐



그 애완견이 나이가 들어 아프고

건강보험이 안되는 애완견의 의료비용은 영화처럼 진짜 우리도 그렇다

그래서 돈 문제로 갈등을 빚는다

결국은 남편도 아내의 마음을 읽고 결정을 내리듯이

대부분의 애완동물을 키우는 집이 남녀간에 이런 갈등을 겪지싶다

가족의 일원으로 생명을 존중해주는 마음이 남자들에게는 처음부터 들지는 않는다

그래서 수술을 결정하는 남편의 결심이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도로시를 연기한 강아지

아마도 이 강아지 오스카상 받아야 하지 않을까싶다

CT찍을때 파르르 떨던 그 연기

수술 끝나고 사지를 벌벌떨던 그 연기

완쾌되어 주인공을 바라보는 그 눈빛

정말 연기 너무 잘한다



영화내내 갈등하고 논쟁하고

남편은 이게 대화라고 말하고

아내는 이게 무슨 대화냐 논쟁이라고 말하는 상황이 우리집의 일상과 닮았다

그래도 항상 함께 한다는게 참으로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이제 다른면에서 이 영화는

지금 미국이 처한 상황을 살짝 빗대고 있는 듯 하다

원작소설에서 이런 내용을 다룬 것인지

감독이 해석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원작이 번역되지 않아서)

영화는 집을 둘러싼 사람들의 갈등과

그 집이 속한 환경이 집에 미치는 영향으로

사람들이 점차 이성을 잃어가는 상황을

테러에 대응하는 집단광기와 오버랩시켜서 살짝 보여주는 듯 하다

아마도 이 부분은 뉴욕시의 입김이 아닐까 싶다

뉴욕과 911테러

911이전의 활기찬 뉴욕으로 돌아가고 싶은 뉴욕의 열망이 아닐까

다양성과 역동성이 미국을 상징하고

오히려 미국보다는 뉴욕으로 더 상징성이 있는 뉴욕을 되찾고 싶은 열망

영화내내 집값에 영향을 주는 테러상황 뉴스는 결국 아무것도 아닌걸로 결론이 나고

브루클린다리 넘어 우뚝솟은 월드트레이드센터 빌딩

브루클린다리와 공사중인 월드트레이드센터를 한 화면에 담고

마지막 엔딩에는

브루클린에서 맨하탄을 조감하면서 그 가운데 월드트레이드센터 빌딩을 잡아내는 것이

전세계에 외치는 듯하다

"911은 이제 뉴욕에서 지워주세요"


그래도 영화는 911의 문제를 지우지는 않는 듯 하다

주인공이 자신들의 집을 물려주고 싶은 대상으로 선택한 사람이

자신들과 같이 새로움을 향해 전진하는 사람들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돈이 아니라

자신들이 흑백의 갈등과 투쟁했던 것처럼

인도아이를 입양하려는 동성커플에게 집을 팔았으면 하는 결정으로


결국은 현재다

동물병원 의사가 내뱉는 대사

"동물은 인간보다 상황에 잘 적응하죠 과거를 기억 못해서 현재문제를 순순히 받아들여요"

그리고 또 한사람

집을 팔아서 본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전형적인 미국인인 중개업자인 조카의 대사

"현재 상황을 정리하면"

똑같이 현재라는 단어를 말하는데

그 의미는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우리는 과연 어떤 현재를 더 좋아할까


오랫만에 잔잔한 드라마 한편이

아직도 가슴을 울린다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라는 오래된 영화가 생각나는 장면

그 영화에서 이 장면은 갈등의 현장이었다

조직과 개인사이에서 갈등하는 나약한 인간

한 여자가 처한 삶의 처절한 갈등 등으로

흑백톤으로 우울하게 그려졌던 장면이었는데

이 장면은 아름다운 일상의 모습이다


아마도 80년대와 2010년대가 처한 시대상황이 달라서 아닐까


<<다행히 회사는 눈으로 오늘하루 휴무라서 그나마 마음이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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