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텃밭가꾸기

꽃이 피고 새가 날고 - 텃밭

바다오리~ 2017. 6. 10. 22:40

텃밭에 심어둔 작물들이 슬슬 자라고 있다

이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시작하는 애들도 있고

아직도 자라는 애들도 있다


지난해에 비해 자라는 속도가 좀 더딘 듯 하다

모종도 중요한데

올해는 바쁘기도 하고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라고

동네시장에서 구입했는데

아무래도 모종이 좀 약해 보인다


그래도 열심히 물주고 정성을 들이면 잘 자라겠지

안 자라면 어때, 그냥 자리를 지켜주는 걸로도 고맙게 생각해야지



지난 금요일 저녁에 물주러 갔다가

특이한 새가 텃밭을 찾아 노니는 것을 보았다

긴부리로 연신 땅바닥을 쪼면서 유유자적하는 모습

핸드폰 카메라를 꺼내서 줌으로 당겨서 촬영을 해도 신경도 안쓴다

생긴게 너무 이쁘고

머리뒤에 깃털은 공작처럼 펼치기도 하는 새

처음에는 딱다구리인가 싶어 집에 와서 검색해보니 아니었다





그런데 오늘 큰누님이 사진을 보고 후투티라고 알려주었다

세상일에 무한한 관심과 박식한 우리 큰누님이 역시 최고야~~~~


후투티, 여름 철새라고 한다. 중부지방에 서식하기도 한다고

머리뒤쪽 깃털을 세워서 펼치기도 하고

쫑쫑쫑 걸어다니면서 긴부리로 땅바닥의 벌레들을 주로 잡아먹는다고

어쩐지 우리 텃밭에서도 이리저리 열심히 쪼아대면서 돌아다니더라


텃밭이 도시에 필요한 이유가 이런게 아닐까

지나가는 철새가 들러서 잠시 쉬기도 하고

우리는 그런 새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자연과 사람은 함께 살아가는 것을


요즘 텃밭에서 가장 많이 보는 새들은 참새들이다

귀엽게 생긴 녀석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그런 참새들 틈으로 이상한 새 한마리 날아왔으니 얼마나 반가운가

다시 찾아와라~~~~



이제 제법 자리를 잡아가는 2017년 "상하이정원"

상추도 색을 생각해서 청상추와 적상추를 같이 뿌렸는데 이쁘다

사실은 상추가 텃밭의 입구라서 색을 중요하게 입혔다



작년에 우리 옆에서 텃밭을 하던 분이 주셨던 "바질"

이게 올해 스스로 하나가 올라왔다. 땅이 간직했다가 선물로 준 셈이다



얘는 우리가 씨를 뿌렸던 쌈채소의 하나인데 이름을 모르겠다

이 녀석도 땅이 간직했다가 다시 돌려줬다

이런걸 보면 땅은 참 소중하다

씨앗을 머금고 보관했다가 적절한 시기에 다시 돌려주는 창고같다

그러니 우리는 땅을 잘 보존해야 하지 않을까



이곳 저곳에서 자라던 녀석들을 한자리로 모았다



최초 설계를 할 때 허브정원으로 만들고 싶었던 중앙화단의 빈자리로

이 자리는 고양이가 똥을 싸서, 봉선화 씨앗이 사라져서 생긴 빈 자린데

이가 빠진 것처럼 허전했던 자리를 메웠다

그리고 꽃이 피는 녀석도 같이 옮겼다  



가지꽃의 재발견

텃밭에 작물을 심으면서 제일 놀란 건, 가지꽃이 너무 예쁘다는 것을 여태 몰랐다는 것이다

가지꽃은 볼수록 예쁘다

작년에는 일부러 꽃사진을 찍기위해 카메라 들고 갔었다

그런데 요즘은 카메라가 무겁고 귀찮아서 그냥 모든걸 폰으로 해결한다



노랑색의 무덤덤한 오이꽃

가지꽃이 강한 개성의 캐리어우먼 같다면

오이꽃은 그냥 엄마같은 푸근한 느낌이다

잠깐 얼굴을 보이다 금새 사라지고는 대신 열매를 가져다 준다



도시에서 텃밭은 중요하다

단지 작물을 키워 수확을 하는 것 보다는

텃밭으로 인해 얻는 정서적 안정과 공감이 훨씬 중요하다

아이들에게 어릴 적부터 자연과 교감하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면

그 아이들이 자라서 도시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지 않을까~~


그래서 도시에서 텃밭은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 텃밭은 올해로 종료된다

아쉽게도 3년 사업의 마지막해가 올해다

고령화와 인구 유출로 폐허가 된 도시속 빈집을 지자체가 임대해서

텃밭으로 만들어 주민들에게 개방하는 사업인데

올해가 끝이다

예산을 확보해서 계속 이어진다면 좋겠다

그리고 좀 더 많은 공간으로 확대하면 더욱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