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세상살이

남영동 대공분실 & 김수근

바다오리~ 2017. 7. 12. 01:03

지난 6일 1학기를 끝내고 튜터 모임이 있어 서울로 향했다

이와 가는거 교보에서 필요한 책 정보도 얻을겸 시간을 넉넉하게 올라갔다



기차가 서울역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플랫폼 조정하느라

남영역에서 서행을 하면서 차창에 비치는 대공분실을 보았다

사진을 찍다가 시간도 많은데 오늘은 한번 둘러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서울역에서 내려서 남영역으로  향했다




과거 공안통치를 일삼던 시절 근처에 얼씬도 못하던 건물이

이제는 세상이 변하고 경찰청 인권센터로 변했다

그리고 이 건물은 우리나라 최고의 건축가인 김수근의 작품이다


1970년대 정부를 위해서 건물을 설계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사람을 압박하는 건물을 꼭 만들어야 했을까 싶다


세계적 건축가인 루이스 칸은 빛을 건물안으로 자연스럽게 들여서

사람들의 삶에 긍정적인 에너지와 영향을 주었는데 반해

김수근은 남영동 대공분실의 창을 통해 빛을 통제함으로서 사람들을 억압했다


김수근은 왜 대공분실을 만들었을까

시대적인 상황이 있었겠지만

지금은 이 세상에 계시지 않기에 그 이유를 들을 수가 없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한번 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작품을 살피다 보면 그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1976년 건축당시 모습

원래 5층으로 된 건물을 1983년에 현재와 같은 7층으로 증축을 했다고 한다

건물을 자세히 보면 탑을 거꾸로 뒤집은 듯한 느낌을 준다

정면과 측면을 보면 아래부분은 작게, 위로 갈수록 크게 한것을 볼 수 있다




대공분실이라는 특성상 관사로 지어진 건물같아 보인다



건물의 정면에서 우측편으로 돌아가면 건물뒤에 작은 문이 하나있다



문 옆으로 특이한 창들이 드문드문 위로 향한다



입구가 좁아지는 독특한 구조의 문

문을 통해 들어가면 나선형 철제계단이 나오고

5층까지 그대로 이어진다

건물 외벽에 보이던 이상한 창들은 바로 이 계단실을 비추는 창이다

계단실에 빛을 차단하는...







파리의 계선문에서 보던 그 아름다운 나선형계단이

이곳에서는 사람들을 압박하는 수단이 된다

1층에서 5층으로 바로 이어지는 나선형 계단을 오르다보면

어디로 가는지 감각을 상실하게 되어 몇층인지 모르게 된다고 한다



5층 조사실 복도의 모습



조사실 내부에도 창이 세로로 작게 만들어져

대낮에도 어두침침하다

시간의 흐름을 의식하지 못하게 하는 의도가 아닐까



복도 끝에 있는 15호 조사실

과거 이곳에서 김근태 의원이 고문을 당했던 곳이라고 한다

1985년 고문당한 사실을 외신에 전해서 처음으로 남영동 분실의 존재가 드러났다고 한다


그리고 1987년 박종철 학생이 고문을 당하다 숨지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지금도 박종철학생의 고문 현장은 따로 보존하고 있지만

차마 그곳을 사진으로 옮길 수는 없었다




건물의 우측면 모습

길에서 보면 사람들은 대부분 이 모습을 보면서 지나 다녔을 것이다

반대편은 경부선철로 때문에 가까이 보이지 않는다

마치 성벽같은 느낌의 육중한 위압감



5층 조사실 복도의 창문

누군가 고개를 내밀어도 밖에서는 볼 수 없도록

성벽의 창은 적의 공격으로 부터 보호하기 위해 저렇게 하는데

이곳의 창은 외부의 시선으로 부터 내부를 보호하기 위해 저렇게 한 것 같다





외벽 담장의 모습

70년대 흔한 담장의 모습이다

시멘트를 거칠게 뿌리듯이 발라서 뾰족하게 만들어 함부로 벽에 손을 대지 못하게 하는 것

가정집 담벼락도 예전에는 저렇에 했다

도둑들이 담벼락에 달라들지 못하도록


그런데 대공분실의 담벼락에서 특이한 것은 기둥에 숨은 디테일이다

외벽의 마감재와 같은 검은 벽돌을 담벼락 기둥처럼 숨겨둔 모습




현재 경찰청 인권센터로 변하면서

일반인들의 관람을 허용하고 있다

1층과 4층에 전시실이 있고

5층 조사실이 개방되어 있다

1층에서 5층으로 이어지는 철제계단은 위험해서 직접 올라갈 수는 없다


그런데 4층 전시실을 보면 경찰의 인권의식은 아직 요원하다

그냥 구색을 갖추기 위한 전시장 흉내 정도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피의자의 인권을 무시하고 고문을 일삼던 과거에 대한 반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 반성을 담고 미래를 향한 발전적인 모습의 인권센터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