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영화보기

아이캔스피크 - 울림이 큰 영화

바다오리~ 2017. 10. 8. 15:42

추석연휴 몸과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

심야영화로 보냈다


밤 11시 이후에 시작해서 다음날 끝나는 심야영화 특선

긴 연휴에 좋은 기획인 것 같다



"아이캔스피크"

예고편을 보면서 "그냥 억척스런 할머니가 영어를 배운다"는 정도로 이해하고

별로 생각하지 않았던 영화다



그런데 얼마전 페북에서 영화의 모티브가 된 미국하원 "위안부 사죄 결의안"을 주도했던

김동석 121연대 상임이사의 글을 보고 이게 그런 영화가 아닌걸 알았다


인터뷰에서 김동석 상임이사는 일본만 공격하면 꼬인다고 했다

분노하고 공격하는 것 보다

국제적인 연대를 통해 힘을 키워야 한다는 것

그리고 우리 내부에서도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연대가 필요하다는 것


그런 점을 이 영화가 풀어내고 있다는 것을 인터뷰 기사로 보고 영화관을 찾았다

아마도 감독도 이런 점 때문에 영화의 진짜 내용을 숨긴게 아닐까

만약에 그걸 전면에 내세웠다면

우리안에서도 갈라서고 공격하고 결국 본질이 외면당할 수 있다는 점을 철저히 계산한 듯 하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담담하다

그렇지만 그 울림은 무엇보다 강하다

영화가 끝나도 그 울림은 가슴에서 멈추지 않는다



모든 것이 밝혀지고

나옥분할머니가 집으로 돌아 왔을 때 가장 가까웠던 진주댁이 할머니를 외면한다

그러다 마주친 두 사람

왜 그러냐고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



진주댁도 수치스럽게 생각하고 처음에는 나옥분할머니를 외면했다

그러나 수십년을 가족처럼 지낸 나옥분할머니에 대한 연민으로 갈등을 하고

결국 나옥분할머니의 아픔을 이해하고 보듬어 준다


나옥분할머니가 자신의 엄마 산소에서 외친 한 마디

"욕봤다, 고생했다"

그 한 마디 안해주고 끝내 외면했던 엄마에 대한 서운함

그 서운함을 진주댁이 대신 풀어준다

그게 우리가 해야 할 행동이 아닌가 싶고

그 울림이 영화가 끝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미국의 국무장관이었던 힐러리 클린턴이 "위안부" 단어를 쓰는 한국기자를 향해 화를 냈다고 한다

"그걸 왜 위안부라 부르냐, 성노예라 해야 한다"

우리는 외면하고 있었는데 미국 국무장관은 직시하고 있었다



김동석 상임이사가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을 보면

"사실을 알리는 다큐멘터리 역할도 중요하지만 그 임무는 거의 다 수행했다고 본다"

"이젠 일반 관객 스스로 고백하고, 함께 연대하게 하는 영화가 중요하다고 본다"


그렇다 이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스스로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체면을 버리고

진정으로 아픔을 함께하는 연대가 필요하다

"아이캔스피크"가 그런 영화의 시작이 아닐까 싶다



이제 영화로 돌아가서 살펴보면

이 영화를 살리는 핵심은 "나문희"다

무거운 역할을 재치있게 풀어준다

수십년 경력에서 나오는 연기력

상황에 맡게 변하는 얼굴과 태도, 말투 등

정말 대단했다


그리고 잠깐 나왔던 손숙

이제는 나이가 들어 침대에 누운 모습이 실제같아서 안타까웠다


그리고 실감나는 연기를 보여준 조연들

그들이 무거운 영화를 재밌게 만들어줬다



가족이 없는 나옥분할머니에게 시장 사람들은 모두가 가족이다

홀어머니 부양하느라 혼기를 놓치고 장사하는 족발집 주인

나옥분할머니가 가장 애틋하게 생각해서 잔소리하지만 제일 사이가 안 좋다



할머니에게 대들고, 직설적으로 대한다

하루 하루 벌어서 살아가는 시장 상인들의 악착같은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래도 나옥분할머니의 사정을 알고는 여비에 보태라고 달러가 든 봉투를 몰래준다



이재훈이 너무 리얼하게 갈 때 잠시 웃음을 주는 포인트를 연기한 매력덩어리

관객들에게 웃고 넘어가는 여유를 선사한다


그리고 또 다른 주인공 이제훈

조용히 옆에서 보조를 맞추지만 반전 매력이 있다


오랫만에 한가위 영화로 제격인 영화를 보았다

"아이캔스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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