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영화보기

남한산성 - 머리 아프다, 그러나

바다오리~ 2017. 10. 9. 16:15

추석 탈출하기 2탄

너무나 긴 연휴때문에 영화관에서 연휴 탈출을 도와준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정신을 깨워준다???????????


추석탈출 야밤에 영화보기 2탄으로 "남한산성"

점점 연휴가 끝나가는지 밤11시가 넘었는데도

영화관은 평소 주말 분위기로 시끌벅적하다

역시나 좌석도 절반을 채웠다



하여간 남한산성을 보았다

사실은 며칠전 주진오교수의 감상평을 보고 끌려서 선택했다



그런데 이 장면, 자꾸 김윤석의 시선에 눈이 간다

마치 방바닥에 놓아둔 대본을 읽는 듯한 느낌이 자꾸 든다

다른 사람들은 눈이 살아있는데 김윤석의 눈은 그런 느낌이 없다

원래 김윤석의 눈이 긴 대사를 할 때는 종종 그러한데

역시나 긴 대사가 주를 이루는 사극이 처음이라 그런지 유난히 도드라진다

그게 아쉽다



그리고 두 사람이 주고 받는 대사가 너무 길었다

마치 말장난을 보는 것처럼

그게 아쉬웠고

마지막 김상헌의 자결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영화적 픽션이지만

결국 최명길과 김상헌의 엇갈린 평가가 떠오르고



작금의 상황에서 주전론을 펼치는 정치인들에게 김상헌을 떠 받들고

명분을 주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벌써 그런 조짐이 인터뷰기사로 나오기 시작하는데~~~~

역사적 사실로 보면 저렇게 멋있게 자결한 사람아닌데~~~



하여간

영화속 영의정을 비롯한 입만 살아있는 소위 "입보수"들은

지금도 여전히 자리를 차지하고 떠들고 있다

역적을 각오하고 명분도 없는 궂은 일을 결국 도맡는 최명길

뒤에 입보수들은 "성은이 망극합니다"만 외친다



영화 마지막 남한산성을 떠나는 왕을 향해 절을하고 우는 백성들

그들을 보고 의문을 던지는 어린 꼬마 나루

"사람들은 왜 울어요?"

대장장이 날쇠의 명쾌한 답변

"임금이 떠나는게 기뻐서 그런단다"



우리 역사에세 가장 뼈아픈 현실

병자호란

그러나 지금도 병자호란을 불러왔던 "명분놀이"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현실을 직면하기위해 필요한 것이 아닐까



그럼 영화로 들어가서, 재미로 보자면

공교롭게 이병헌과 박해일은 전직이 있었다



이병헌은 광해로 금과 명의 전쟁에서 실리외교를 펼쳤다

그리고 이번에는 폐위된 왕에서 신하로 변장하고 또 다시 실리외교를 펼친다




가짜 왕이었지만

후금과 명의 싸움 사이에서 대신들에게 일갈한다

사대의 명분이 무엇이요?

내 나라 백성들을 굶기고 사지로 내모는 것이 사대의 명분이요

나는 내 나라 백성들을 배불리 먹이는 왕이 되겠소



그러나 현실은 왕이 아니어서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하고

결국



목숨만 부지하고 도망자의 신세가 되었는데~~~~~



5년만에 이조판서로 신분상승을 하였다

그리고 후금과 명 사이에서 실리외교를 펼쳤던 그 꿈을 이룬다



박해일은 이 영화에서 가장 극적인 인물이다



6년전 몰락한 역적의 자손으로 변방에서 무위도식하지만 명사수로 이름을 날렸다



그리고 하나뿐인 여동생을 살리기 위해 병자호란의 중심으로 들어선 적이 있었다



그런데 졸지에 왕이 되었다


나도 이제는 더 이상 추위와 전쟁의 고통을 느끼고 싶지않다

나는 내 목숨이 중요하다


그의 눈에서 더 이상 오랑캐들을 두려움에 떨게하던 기상은 보이지 않는다



김윤석은 역사적 과거가 없다

오로지 싸움을 위해 태어난 진정한 싸움꾼이다

시골경찰, 추격자, 황해에서는 연변 두목으로



너 일로와~~~~

나쁜놈 다 잡고, 나쁜놈도 다 해봤고



지지리 궁상도 다 떨어봤고



생계형 시골형사로 가스총들고 생쇼도 해봤다

그래도 나는 절대 놓치지 않는다

"절대 잡히지 마라, 내가 잡는다!!!"


이제는 내가 과거로 들어간다


김윤석이 출연한 영화중 나는 "거북이 달린다"가 가장 김윤석을 잘 보여준 영화라고 생각한다

김윤석에게 대사는 외우는 것이 아니라

대사를 내 것으로 만들어 내 언어로 다시 표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거북이 달린다는 그냥 김윤석의 언어다

그리고 김윤석의 영화의 특징은 그냥 김윤석의 얘기가 된다


그런데 이번 남한산성은 조금 아쉽다

김윤석의 영화가 되지 못했다

사극이 처음이어서 그러지 않겠나, 다음을 기대한다


그리고

이병헌, 광해와 달리 최명길은 조금 아쉽다

이병헌 특유의 깊은 울림이 약하다

역할이 그래서 그런지........

그러나 이병헌은 역시나 멋있다


그리고

박해일, 어리버리 하게 보이지만 자신의 역할은 정확하다

우유부단한 임금이지만 때로는 작은 것에 성질도 내는 임금의 역할을 잘했다


그리고 배우들

영화가 흥할수록 한국의 배우들 수준은 높아간다


다만, 단역들과 스탭들이 추위에 엄청 고생을 했는데

그 만큼의 댓가를 제대로 받았으면 좋겠다


남한산성

머리가 무거운 영화지만

그냥 픽션으로 이해하고 한번 돌아보는 것으로 만족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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