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퍼실리테이터

평화통일 원탁회의 - 대전

바다오리~ 2018. 6. 29. 22:31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주관하는 통일 토론회

대구에서 처음 시작된 이후 광주를 거쳐 대전에서도 원탁토론이 진행되었다.


대구 토론은 준비를 하다가 국방부토론 사전 워크숍과 겹쳐서 참가를 못하고

이번 대전 토론회를 처음 참가하게 되었다.



"평화와 통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 평화를 품다, 마음을 잇다, 통일을 열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대전지역회의가 주관하고

대전 지역의 61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380여명의 대규모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토론은 단순 행사가 아니고

참가자들의 의견을 풀어내고 통합하는 능력이 발휘되는 곳인데

이러한 능력을 발휘하고 주도해야 할 리딩퍼실리테이터가 없다는 것이 큰 문제였다.


주최측에서 토론을 바라보는 수준이 그대로 투영되는 것이므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주관한 토론은 사실 토론이라고 이름 붙이기가 어렵다.

그저 잘 짜여진 각본에 의해 움직인 행사에 불과했고

그러한 조짐은 이미 개회식에서 부터 시작된 참가자들의 이탈이 이를 반증한다.

토론이 진행될수록 참가자들은 토론의 열기에 빠져들어야 하는데

오히려 토론이 진행되면 될수록 참가자들은 지루함을 참지 못하고 자리를 이탈하였다.


두번 다시 이런 토론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

토론은 철저한 사전 조사와 분석을 통해 디자인되고

현장에서는 참가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상향식으로 이루어져야

참가자들이 토론속으로 깊숙히 빠져들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준비된 리딩 퍼실리테이터가 필요하다.

단순히 행사를 진행하는 사회자로 인식하면 그것은 토론이 아니다.





한국퍼실리테이터연합회 회원들이 서울, 경기, 인천, 평택, 대구, 부산, 경남 등 전국에서 27명 참가하였다.

이번 토론회 참가들을 모집하는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현장에서 이를 확인하고

토론에 앞서서 회원들 간 인사를 하는 시간을 가지고 진행하였다.

해를 거듭할수록 회원들이 증가하여 이제는 인사를 해도 누가 누군지 모를 정도에 이르고 있다.



사진 가운데 서있는 사람은 이날 토론을 진행하는 "총괄 코디네이터"라는 명칭을 쓰는 권혜진 민주시민교육프로젝트 곁 연구원

참가자들이 보낸 한줄 소감문을 하나 하나 읽고

시간에 쫓겨서는 아예 누구도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의 빠르기로 읽기에 급급한 진행

이미 대구에서 문제점으로 지적이 되었다는데 전혀 고쳐지지 않았다.

그저 시간을 채우기위해 한줄 소감을 읽는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는다.


제대로 할려면 전체적으로 공감이 가는 내용을 몇사람 추려서 읽어주고

그 사람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방식이 오히려 전달력도 좋고 시작하는 분위기를 다잡는데 효과가 있지 않을까


그리고 총괄 코디네이터가 제일 자주 쓰는 문장은 "네 박수한번 주세요, 다음 보여 주세요"

투표를 해서 결과가 나왔으면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코멘트가 있어야 하는데

그냥 화면 내용 읽고 박수 주세요, 다음 보여주세요 하면서 시간만 잡아먹었다. 



토론 현장에서는 리딩 퍼실리테이터와 테이블 퍼실리테이터들이 모여서

시간 계획을 공유하고, 아젠다를 다시 한번 고민하고

전체적인 진행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공유가 되어야 하는데

사전에 준비가 없어서 급하게 의전용 응급실에 모여서 진행사항을 전달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수선한 이 분위기가 이 날 토론을 대변해 준다.




참가자가 파란색 색지를 틀고 발언을 하고 있다.

이 날 토론에서는 신호등 방식을 토론에 사용하였다.

신호등 방식은 쟁점이 있는 토론에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방식으로 사용하는데

이 날 토론에 쓰인 방식은 쟁점에 대한 의사표시의 방법이 아니고

사전에 기획된 주제에 따른 발언을 정리하는 역할로 쓰였다.

신호등방식이 의사 표현의 한 방식으로 쓰였다기 보다는

토론 현장의 그림이 예쁘게 나오도록 하는 도구로 활용되었다고 밖에 볼 수 없었다.




참가들로 부터 사전에 조사한 내용들

참가자들 개개인의 의견을 알아보는 조사라기 보다는 피상적인 현상만 도식화한 조사같다.



1토론은 평화와 통일의 걸림돌을 진단하는 토론으로

사전에 조사된 12가지의 사례를 중심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토론이 끝난 후 12개 중에서 4가지를 선택하는 투표로 진행되었다.

사전 설문조사에 이런 내용은 전혀 없었는데 12가지의 사례는 어디서 왔는지?

토론 참가자들도 의아해 하고, 이를 선택하느라 상당히 애를 먹었다.

본인이 사용하는 언어가 아니면 사람들에게는 생소하게 느껴진다.



1토론은 사전에 제시한 12개의 내용 중에서 2개의 소주제로 나누어서 토론을 진행한다.

여기서 신호등카드가 쓰이는데

쟁점에 대한 찬성, 반대, 유보로 표시하는 신호등이 아니고

파란색에 해당하는 의견을 낼 사람은 파란색 카드를 들고 발표하는 식으로 진행하여

발언할 사람들의 발언 내용을 단순히 시각화하는 도구로 사용한다.



2토론은 평화와 통일을 위한 해결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1토론의 방식과 동일하다.




마지막 3토론은 대전시민들이 실천할 방법에 대한 고민인데

사전에 제시된 8개의 실천과제가 일반시민들의 실천 행동으로 전혀 와닿지 않는다.


결국 투표의 결과도 위에 제시된 사례를 보다시피 더이상 진전이 있을 수 없다.

이미 토론이 끝난 대구, 광주의 결과와 대전의 결과를 비교해도 아무런 차이를 찾을 수 없다.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를 알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투표의 결과 값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참가자들의 생각들이 표현되어야 하는데

이 날 토론은 테이블의 의견은 전혀 집계되지 않았고, 기록되지도 않았다.

중앙으로 모여진 참가자들의 유일한 의견은 주제별 사례중 몇번을 선택했다는 번호만 남았을 뿐이다.


모처럼 대전에 400여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모였는데

토론이 이렇다고 생각하고 돌아간다면 누가 다음 토론에 다시 나올까 심히 우려스럽다.


"민주시민교육프로젝트 곁"

토론이라는 이름의 행사를 진행하는 단체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토론 시작전 참가단체 소개에 "한국퍼실리테이터엽합회"라고 이름이 올라갔다.

토론이 진행되면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런 토론은 두번 다시 참가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