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책읽기

과로사회 - 김영선

바다오리~ 2018. 8. 13. 23:15

요즘 서울로 가는 지하철을 탈 기회가 없다보니 책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러던 차에 동반자가 "이 책 한번 읽어봐"라고 던져준다.

지난 6월에 과로로 심장에 무리가 가는 상황을 맞이했던 터라

동반자가 꼭 한번 읽어보라고 종용해서 책을 잡았다.

지난 일요일 오후에 가볍게 잡았는데 가볍게 끝냈다.



과로사회, 김영선, 2013년


이 책은 출판당시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재직하면서

노동 시간, 여가 시간, 일상의 여가를 연구하는 사회학자로서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이다.


책을 읽고나서 돌아보면

아마도 박사학위 논문을 정리하면서 가볍게 책으로 출판한 것 같다.


무거운 주제에 비해 풀어가는 글은 쉽다.

그래서 손에 잡으면 반나절만에 끝낼 수 있다.


왜 우리가 과로사회에 내 몰리는 지

노동과 여가는 어떤 관계인지 등을 역사적으로 풀어내고

현재 우리사회가 당면한 노동의 현실을 르포르타주처럼 밝히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인터뷰를 통해 가감없이 보여준다.


그런데 한가지 아쉬운 것은

저자도 프롤로그에 밝혔듯이 문제는 제기했는데 진전이 없었다.

과로사회는 우리가 다 인정하는데

그러면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 것인지를 풀지는 못했다.

그래서 저자도 아쉬움을 밝혔고

다음 작품에서 그런 내용으로 글을 쓰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한가지

이 책은 2013년 출판물이다

르포르타주로 노동의 현 실태를 보여주는데 이게 현재와 상당한 괴리가 있다.

지금은 벌써 5년이 지나 버렸기 때문에

통계는 무용지물이고 논리적인 연결이 안된다.

5년지난 책을 읽는 우리가 그런 하소연을 할 필요는 없다.

이런 책은 그 당시에 읽어야 하는 것이므로

지금 이책을 잡는 우리가 잘못이다.


그러나 노동에 대해, 그리고 노동자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고

우리가 얼마나 과로에 내몰리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계기로는 매우 적절한 책이 아닌가 싶다.


"사람들은 부유해질수록 구입할 수 있는 상품이 많아지고 그 상품들을 소비할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해지면서 시간 압박에 시달린다"

게리 베커, 시카고대학 경제학과 교수, 199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


이 말을 실감하고 있다.

요즘 퇴근해서 집에서 TV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접속해서 업무, 사회적 모임 활동 체크하고 하다보면 두 세시간은 그냥 지나가 버린다.

시간이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결국 밤늦게까지 일아닌 일을 또 하게 된다.

드론 만지작거리다 시간 지나가고 등등

새로운 소비를 하면 할수록 시간은 더 부족해진다.

정말 시간이 없다. 할 일은 끝도 없고 시간은 없고.......


"그냥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삼시세끼에서 배우 유해진이 했던 이 말에 모두가 공감한 이유다.

때로는 그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데

카톡과 밴드를 통한 지시는 시도 때도 없이 울린다.........


저자는 이런 삶에서 우리가 시간을 가지는 방법은

소비적 삶에서 멀어지는 것을 제시한다.

맞는 말이다. 소비의 구조속으로 빠져들지 않으면 자기를 온전히 지킬 수 있는데

그게 그리 쉽고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것이 문제다.


임금과 노동의 문제는 복잡하다.

산업사회 이전의 노동처럼 생계에 필요한 만큼만 벌고 내 시간을 가지는 삶이 좋지만

복잡하게 얽힌 지금의 사회속에서 임금을 줄이고 시간을 가지는 문제는 그리 녹록치 않다.


그런 여러가지 관점을 생각해보라는 것이 이 책이 전하는 메세지 같다.


그리고 내가 가장 관심을 가진 대목은 - 사실은 동반자가 이 부분 때문에 책을 보라고 해서


"심혈관 질환자의 85.6%가 발병 당일 8시간 넘게 일했고,

발병 전 3일간 24시간 이상 일한 경우가 86.5%에 이르렀다"

노동부, 2007년 산업재해 현황


지난 6월 나도 이런 상황을 겪었다.

그 때는 그게 뭔지도 모르고 그냥 열심히 달렸다.

다행히 조기에 병원을 찾으면서 문제의 확대를 막았다.

우리는 언제든지 이런 상황을 맞이하게 되는 현실에 놓여있고

그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여유를 가지기가 쉽지않다.


우리가 좀 더 여유를 가져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

삶을 풍요롭게 하고자 일을 하는데

일이 사람을 잡는 경우가 허다한게 또한 현실이다.


과로사회에서 벗어나자~~~~